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아버지 날까요?” 열두 살 난 은희는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근심스러이 이렇게 물었다. “글쎄 내니 알겠냐. 세상의 만사가 하나님의 오묘하신 이치 가운데서 돼 나가는 게니깐 하나님을 힘입을 밖에야 다른 도리가 없지.” 아버지도 역시 근심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집안은 어두운 기분에 잠겼다. 네 살 난 막내아들의 위태한 병은 이 집안으로 하여금 웃음과 쾌활을 잊어버린 집안이 되게 하였다. 어린 만수의 병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고뿔에서 시작되었다. 그 고뿔은 며칠이 걸리지 않아서 거의 나았다. 그러나 거의 나았을 때에 어린애의 조르는 대로 한 번 밖에 업고 나갔던 것이 큰 실수였었다. 만수의 병은 갑자기 더하여졌다. 병은 기관지로 하여 마침내 폐에까지 미쳤다…. 온 집안은 힘을 다하여 간호하였다. 소아과(小兒科)의 이름 있는 의사가 하루에 두 번씩만수의 병을 보러 왔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서 온 여러 가지의 약이 만수 때문에 조제되었다. 찜 흡입 복약 주사 의학의 정교함을 다 하여 의사는 만수를 위하여 자기의 지식을 쏟아 놓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는 일면 그 집에서는 어린 만수의 쾌차되기를 하나님께 빌기를 또한 잊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기도가 첫째고 의학의 정이 버금이 된다고 하고 싶을 만치 기도에 정성을 다하였다.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러나 만약 이 어린애를 저의 집안에 그냥 살려두어 주시는 것이 아버님의 뜻에 과히 거슬리지만 않거든 아버님의 이 충성된 종을 위하여….” 그들은 이렇게 기도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은희의 정성과 기도는 가장 컸다. 세상의 많은 누이들이 어린 동생에게 가지는 가장 큰 사랑을 만수에게 가지고 있는 은희는 몸부림까지 쳐 가면서 기도하였다 ―. “아버지 만수를 살려 주세요. 무슨 죄가 있읍니까. 아직 말도 변변히 못하는 어린애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벌써 데려가시렵니까. 낫게 해 주세요. 죽고 사는 것은 아버지께 달렸읍니다.” 은희는 마치 억지쓰듯 이렇게 기도하고 하였다. 그러나 정성을 다한 기도도 의학의 정교도 자연의 힘에 비기건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만수의 병은 나날이 ― 아니 각각으로 더하여 갔다. 기운이 진하여 울지도 못하는 어린애가 답답한 듯이 입맛을 연하여 다시며 조금의 시원함이라도 보려고 연방 손을 휘젓는 양이며 쌕쌕거리는 숨소리는 과연 듣기 힘든 것이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애가 안타까와서 헤적일 때마다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돌이키고 하였다. 한숨조차 쉬지 못하였다. 그러나 은희는 잠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를 않았다. 자기가 머리를 돌이킨 뒤에 어린애가 죽어 버리면 어쩌나 하는 근심은 그로 하여금 눈을 잠시도 어린애에게서 떼지 못하게 하였다. 속으로 하나님께 정성의 기도를 드리면서 도 그의 눈은 어린 동생에게 향하여 있었다. “구하는 자에게는 주시며 ―.” 성경의 이 한 구절은 성경 전체의 다른 많고 많은 구절 가운데서 가장 귀한 구절로 은희에게는 보였다. ‘구하라 ― 주시리.’ “― 아버님 만수를 살려 주세요. 꼭 아버님께 한 죽음이 쓸데 있으며 저를 불러 가세요. 저는 죄를 많이 지었읍니다. 죽어도 쌉니다. 그러나 만수야 무슨 죄가 있읍니까. 꼭 낫게 해주세요. 구하면 주시는 아버님이시여.” 아직 남을 의심할 줄을 모르는 소녀는 정성과 믿음을 다하여 어린 동생을 위하여 기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