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 소설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목적과 겉과 의사와 사후(事後)가 이렇듯 어그러지는 지금 세상은 말세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다. 여는 살인을 하였다. 한 표랑객을……. ‘그대의 장래에는 암담이 놓여 있을 뿐이외다. 삶이라 하는 것은 그대에게 있어서는 고(苦)라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사외다. 낙(樂)? 희(喜)? 안 (安)? 그대는 그대의 장래에서 이런 것을 몽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여는 단언하노니 그대의 장래에는 암(暗)과 고(苦)와 신(辛)이 있을 뿐이외다. 이 문간에서 저 문간으로 또 그다음 문간으로 한 덩이의 밥을 구하기 위하여…… 혹은 한 푼의 동전을 얻기 위하여 그대의 그 해진 신을 종신토록 끄는 것이 그대의 운명이겠사외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의 죽음조차 모욕하는 행동이외다.’ 여는 이러한 동정심으로 그 표랑객을 죽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