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오늘도 또 보았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어떤 해수욕장 ―어제도 그저께도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망연히 앉아 있는 여인― 나이는 스물 대여섯 어느 모로 뜯어보아도 처녀는 아니 요 인처인 듯한 여인 ―해수욕장에 왔으면 당연히 물에 들어가 놀아야 할 터인데 그러지도 않고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바다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여인― 이 여인에 대하여 호기심을 일으킨 L군은 자기도 일없이 그 여인의 앞을 수없이 왕래하였다. “참 명랑한 일기올시다.” 드디어 말을 걸어 보았다. “네 참 좋은 일기올시다.” 붉은 입술 아래서 나부끼는 여인의 이빨 ― 그것은 하얗다기보다 오히려 투명되는 듯한 이빨이었다. “해수욕을 하러 오셨읍니까?” “네 휴양차로….” ― 이리하여 L군과 그 여인과의 사이에는 교제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