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만능주의와 향락이 팽배한 사회에 순수한 사랑과 우정으로 저항하는 버디소설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이 은하수처럼 펼쳐집니다
복제인간을 제조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 지금 한나는 집념과 투지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이 지속되기 위한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한편, 미증유의 학문적 업적까지 달성하는 것이니만큼 신의 한수라 칭할 만했다. 한 가지 일의 성취가 그토록 멋진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모든 걸 잃고서라도 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듯싶었다.
재희는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귀 익은 피아노 전주에 이끌려 일손을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그를 한바탕 감상에 젖게 하는 바로 그 노래였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하고 시작하는 노랫말이 사춘기 학생들의 싱그러운 목소리를 타고 귓전으로 넘날아오자 재희는 본능에 이끌리듯 음악실 앞 잔디밭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벚나무 그늘아래 팔베개를 접고 누워 학생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취한 재희는 높푸른 봄하늘을 백지 삼아 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목이 메어와 한 자도 적을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술술 써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까마득하게 펼쳐진 하늘조차 그 많은 사연을 담아내기엔 턱없이 비좁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