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누군가가 보였다. 무척 마르고 외로워 보이는 노인이었다. 햇빛은 바위 위의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인호는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는 뒤를 돌자마자 인호에게 물었다.
“사람은 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할까?”
“같은 것을 기억하고, 같은 기억 속에 존재하던 사람이 사라졌으니까요.”
“사람은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죽음은 두렵지 않아요. 추억도,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 없어요.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간 거예요.”
인호는 그에게 유리병 하나를 건넸다.
“여기에 추억을 담아요.”
인호가 말하자 그는 그 유리병에 기억과 추억을 담았다.
“뚜껑도 닫아요. 그 추억들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