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는 고래가 살지않는다

박미출 | 포인트 | 2021년 07월 2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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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머리 밑의 쇠똥이 완전히 벗겨지고 난 후에도 오랜 동안 맨발로 김해 벌판을 누벼 대며 호연지기를 다졌다. 장마가 개인 여름날 강둑을 따라 무지개를 좇아서 정신없이 달렸고 지평선 너머 어떤 세상이 있을지를 궁금해 하며 그렇게도 좇아갔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지쳐 쓰러져 논두렁에 더러 누워 하늘에게 물으면 야속한 하늘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도망 하듯 뒷걸음질 치는 들판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기만 했고 지평선 너머의 새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끝끝내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겼다. 강가 나루터 곱추 사공 형님에게 고래 잡으러 가자고 수 없이 졸라 대기도 했다. 돼지와 황소 기와집도 떠내려 온 무시무시한 홍수가 지나고 나면 반 십리에 달하는 거대한 폭의 낙동강으로 나가서 큰 고래를 잡아 나루터에 꼬리를 묶어두고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며 수시로 고래 등에 타고 바다를 다녀오고 싶었던 그 시절의 못 이룬 꿈은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성인이 되어 무지개(대기 중의 수증기에 의해서 나타나는 기상학적 현상)는 잡을 수 없고 지평선(광활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듯 보이는 것 같은 현상)너머에 다른 새 세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 시절의 꿈을 차마 포기하지는 못했다. 가장 순결한 내 고향의 하늘 그 아래에 낙동강과 을숙도가 있다. 대한민국을 수 십 바퀴 돌고 지구촌 곳곳의 외국을 셀 수 없이 다녀온 후 나는 내 고향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자소개

경남 김해(부산 강서구) 출신의 박미출 시인은 1980년 대 초 아주 젊은 나이에 처녀시집을 발간하고 부산 광복동을 중심으로 다수의 개인 시화전을 개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에도 빼어난 서정성은 그저 한결 같고 시적 갈등은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마냥 순진한 은유와 순박한 서정의 맛깔스러움을 일관되고 멋지게 끌고 있다. 또한 다수의 작품에서 자연스레 부각되는 시대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제기는 그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 개혁의 열망과 진정성 있게 고뇌하는 글쟁이의 강한 의무감으로 부각되어 읽은 이로 하여금 울컥 아픔을 느끼게도 하지만 대체로 그의 시 세계는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아스라한 따뜻함이 그려지고 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 했고 부산시인협회(한국문협 영호남문협 부산문협 부산시협 부산강서문협 회원)이사와 장애와문학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는 『자갈길을 맨발로 걸으며』(1984 경남) 『은혜와 원수는 반드시 갚자』(1997 전망)가 있고 논문『장애인 문학연구』가 있다. - 편집자 주

목차소개

지평선
운명
인감도장
할머니
고양이 심기
해수욕(海水浴) 1
해수욕(海水浴) 2
소금 1
소금 2
형님, 가뭄의 여름
젖니
겨울 소묘
서 리
무지개
진례댁
장날
기수역(汽水域)1)으로
자갈길을 맨발로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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