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밑의 쇠똥이 완전히 벗겨지고 난 후에도 오랜 동안 맨발로 김해 벌판을 누벼 대며 호연지기를 다졌다. 장마가 개인 여름날 강둑을 따라 무지개를 좇아서 정신없이 달렸고 지평선 너머 어떤 세상이 있을지를 궁금해 하며 그렇게도 좇아갔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지쳐 쓰러져 논두렁에 더러 누워 하늘에게 물으면 야속한 하늘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도망 하듯 뒷걸음질 치는 들판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기만 했고 지평선 너머의 새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끝끝내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겼다. 강가 나루터 곱추 사공 형님에게 고래 잡으러 가자고 수 없이 졸라 대기도 했다. 돼지와 황소 기와집도 떠내려 온 무시무시한 홍수가 지나고 나면 반 십리에 달하는 거대한 폭의 낙동강으로 나가서 큰 고래를 잡아 나루터에 꼬리를 묶어두고 매일 맛있는 먹이를 주며 수시로 고래 등에 타고 바다를 다녀오고 싶었던 그 시절의 못 이룬 꿈은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성인이 되어 무지개(대기 중의 수증기에 의해서 나타나는 기상학적 현상)는 잡을 수 없고 지평선(광활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듯 보이는 것 같은 현상)너머에 다른 새 세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 시절의 꿈을 차마 포기하지는 못했다. 가장 순결한 내 고향의 하늘 그 아래에 낙동강과 을숙도가 있다. 대한민국을 수 십 바퀴 돌고 지구촌 곳곳의 외국을 셀 수 없이 다녀온 후 나는 내 고향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