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 못갈 바에야 공동변소에라도 버릴까?」
겹겹으로 싼 그것을 나중에 보에다 수습하고 나서 건은 보배를 보았다.
「아무렇기로 변소에야 버릴 수 있소.」
자리에 누운 보배는 무더운 듯이 덮었던 홑이불을 밀치고 가슴을 헤쳤다. 멀숙한 얼굴에 땀이 이슬같이 맺혔다.
「그럼 쓰레기통에라도.」
「왜 하필 쓰레기통예요?」
「쓰레기통은 쓰레기만은 버리는 덴 줄 아우― 그럼 거지가 쓰레기통을 들쳐 낼 필요가 없게.」
건은 농담을 한 셈이었으나 보배는 그것을 받을 기력조차 없는 듯하였다.
「개천에다 던질 수밖에.」
「이왕이면 맑은 물 위에 띄워 주세요.」
보배는 얼마간 항의하는 듯한 어조로 말뒤를 채쳤다.
「―땅속에 못 파묻을 바에야 맑은 강물 위에나 띄워 주세요.」
「고기의 밥 안되면 썩어서 흙되기야 아무데 버린들 일반 아니요?」
하고 대꾸를 하려다가 건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보배에게서 문득 「어머니」를 느낀 까닭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의 귀찮은 선물일망정―아직 생명을 이루지 못한 핏덩이에 지나지는 못할망정-몇달 동안 배를 아프게 한 그것에 대하여 역시 어머니로서의 애정이 흘러 있음을 본 것이다.
유물론자인 건이지마는 구태여 모처럼의 그의 청을 거역하고 싶지는 않았다.
「소원대로 하리다.」
하고 새삼스럽게 운명의 보를-다음에 보배를 보았다. 눈의 착각으로 보배의 여윈 팔이 실오리같이 가늘어 보였다. 생활과 병에 쪼들려 불과 일년에 풀잎같이 바스러져 버렸다. 눈과 눈썹이 원래 좁은 사이에 주름살이 여러 오리 잡혀졌다.
단간의 셋방이 몹시 덥다. 소독용 알콜 냄새에 섞여 휘덥덥한 땀냄새가 욱신욱신하다. 협착한 뜰안의 광경이 문에 친 발 속에 아지랑이같이 어른거린다.
몇포기의 화초에 개기름같이 찌르르 흘러 있는 여름 햇볕이 눈부시다. 커어브를 도는 전차 바퀴소리가 신경을 찢을 듯이 날카롭다.
「맑은 물에 띄우면 이 더위에 오직 시원해 할까?」
보를 들고 일어서려할 때 보배는 별안간 몸을 뒤틀며 괴로와한다. 또 복통이 온 모양이었다.
「아이구……」
입술을 꼭 물었고 이마에는 진땀이 빠지지 돋았다. 눈도 뜨지 못하고 전신은 새우같이 꾸부러졌다.
「약이나 먹어 보려우?」
건은 매약을 두어 알 보배의 입에 넣어 주고 물을 품겼다. 이불 위로 배를 문질러도 주었다.
한참 동안이나 신음하다가 보배는 일어나서 뒷문으로 나갔다. 몸이 무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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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소설가(1907~1942). 호는 가산(可山). 1928년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온 이후, 초기에는 경향 문학 작품을 발표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에 <메밀꽃 필 무렵>, <화분(花粉)>, <벽공무한(碧空無限)> 따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