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이돌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누구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침내 말하는, 미묘하고도 진지한 아이돌 음악 이야기
A보다 반음 낮은 곳에 숨어있는 대중문화의 모든 것, ‘에이플랫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미묘의 『아이돌리즘』은 아이돌 음악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저자가 다양한 언론 매체와 전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케이팝과 아이돌에 대한 본격적인 평론집이다. 『아이돌리즘』은 아이돌을 단순히 산업 혹은 팬덤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돌팝이 지닌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역설한다. “음악 산업이나 팬덤 현상, 그리고 팬들이 기획사 PR부서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대신 해주는 경제효과를 제외하고, 케이팝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글을 찾을 수 없었”던 저자는 다양한 시공간의 축을 설계하며 각 지점에서 아이돌팝의 의미와 변화를 건져낸다. H.O.T.와 S.E.S.부터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에 이르기까지, 아이돌이 어떻게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를 매혹시켰으며 케이팝이라는 거대한 조류를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첫 챕터인 [1. 케이팝이라는 ‘장르’]에서는 케이팝을 다른 음악 장르와 구분하는 명쾌한 특성과 차별점에 대해 탐구한다. 아이돌그룹이 흔히 구사하는 ‘컨셉’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팬들을 매료시키며 아이돌 세계관의 전체를 완성하는지,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인해 케이팝을 바라보는 해외팬들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엠넷 『프로듀스 101』에서 공개된 곡 ‘24시간’을 구성하는 EDM 및 아이돌팝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분석해 ‘K-EDM’이라는 ‘저열한’ 장르가 어떻게 모종의 욕망을 가지고 전면에 나섰는지를 포착한다.
[2. 아이돌 마인드맵]에서는 거대한 팬덤을 만들어낸 아이돌의 다양한 이미지를 좇는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진출 스토리는 그동안 정석이나 다름없던 아이돌의 해외 전략 전부를 파기했다.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우리 시대 새로운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익숙하지만 거대한 그들의 팬덤 ‘아미(ARMY)’의 특성은 무엇이며,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이 가진 ‘서사성’은 과연 무엇일까? 또한 국내의 ‘2차 아이돌 붐’이 경제불황을 맞이한 대중의 사회심리학적 조건에 의해 촉발된 것은 아닌지, 베이비복스와 이효리로 대표되는 섹시코드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거쳐 러블리즈나 여자친구 같은 청순코드로 회귀하는 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인지 각 시대와 현상 속에서 맥을 짚는다. 이러한 가운데 팬덤의 무게중심이 ‘우상의 숭배자’에서 ‘전문서비스의 소비자’로 점차 변화하며 아이돌의 의미와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자연스럽게 아이돌 세계를 이해하는 명쾌한 단초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라는 가정을 통해 저자본 아이돌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아이돌의 본질 그 자체에 다가선다.
[3. 인사이드 아이돌팝]에서는 아이돌 음악의 작곡 트렌드나 음반의 오프닝 트랙의 위치 등 아이돌 음악 그 자체의 세부 지형도를 그려낸다. 예컨대 걸그룹 ‘랩’의 계보를 ‘랩’과 ‘가요랩’ 그리고 ‘랩-액팅’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걸그룹에서만 유독 두드러지는 보컬 속 숨소리를 섹스어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작곡’을 해야 음악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최근 변화한 아이돌의 역할상에 비판의 날을 세우며, 아이돌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입체성과 분업을 강조한다.
[4. 아이돌 에볼루션]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해온 아이돌의 변화한 위상에 주목한다. 매순간 정상의 기준을 갈아치우는 방탄소년단의 성장 서사의 특별함은 과거의 거인 ‘서태지와 아이들’과 연결되며 마침내 거인의 어깨 너머로 향한다. 달샤벳 수빈,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등 아이돌그룹으로부터 독립하여 아티스트의 길을 모색하는 걸그룹 출신 싱어송라이터들은 댄스음악과는 선을 긋는 독자적인 음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밖에 방탄소년단의 ‘Not Today’에서 촉발된 소수자 이슈나, 포미닛과 엠버가 기존 아이돌에게 주어진 성역할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획득한 특별함은 변화하는 사회와 관계맺는 아이돌의 점진적인 변화를 목도하도록 이끈다.
[5. 평행우주의 케이팝]에서는 아이돌 세계라는 독자적인 ‘이세계’를 살펴본다. 완전무결성을 추구하는 폐쇄적인 케이팝시장은 유토피아의 그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아이돌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할리우드 시스템의 21세기 극동아시아판 변주라고도 할 수 있다.” 특유의 꽉 짜인 완벽주의 시스템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공적인 완벽성’에만 기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팬덤 역시 아이돌을 ‘소비’하고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으며, 실제로 한국 외 국적을 가진 아이돌 멤버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식 연습생 시스템이나 국제 이슈에 휘둘리는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잠재된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서 더 나아가 MBC 『무한도전』 ‘토토가’ 편이나 JTBC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듯 아이돌 음악이 아이돌 제작자인 기성세대가 소구하는 과거를 단순 소환하는 현상을 우려한다. 또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레드벨벳 아이린에 반발했던 팬들의 소요현상을 통해 아이돌 산업이 젠더갭 이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6. 아이돌, 케이팝 그리고 음악비평]에서는 케이팝과 아이돌에 대한 비평의 필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이야기한다. 아이돌 음악이 주류가 된 이상 이를 기존 평론가의 ‘유희’나 ‘취미’ 정도로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을 적시하면서, 성적 어필, 세대 간 장벽, 자본의 기획/통제, 분업이라는 기준을 통해 ‘아이돌적인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 여기에 해외 케이팝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안평론’과 견줄만한 음악비평의 필요성, 음악의 사회적 참여와 주체에 대해 고민하면서 음악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