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작가,
이희주가 말하는 사랑의 광기 어린 본성
2016년 장편소설 『환상통』으로 데뷔하며 눈부신 잠재력을 보여준 소설가 이희주의 야심작 『성소년』이 출간되었다. 이 두번째 장편소설에서 작가는 첫 장편 『환상통』에서 보여준 ‘아이돌을 향한 주체할 길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새롭게 쓰는 데 성공했다. 『성소년』은 한 아이돌을 각자의 방식으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흑화’하기에 이른 네 여자의 납치극을 따라가는 범죄소설이다. 용납될 수 없는 행위를 저질러 파멸에 이를지언정, 단 한 번 극강의 쾌락을 맛보고야 말겠다는 여자들의 광기와 욕망이 유려한 심리묘사를 거치며 읽는 이의 이성마저 압도하기에 이른다.
이희주는 결코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랑의 본성에 대해 꾸준히 말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환상통』에서는 아이돌 팬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는 동시에 그들의 열성적인 활동을 생생히 기록하여 당사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으며, 2021년 5월 출간된 연작소설 『사랑의 세계』에서는 일방향적인 관계에서 예민하게 감각되는 위계와 그에 따라오는 어지러운 정념을 숨김없이 묘사하여 인간 내면의 불순하고 복잡한 일면을 드러내 보였다.
이처럼 이희주가 그리는 사랑은 말끔하게 단순화된 하트 이모티콘이 아니라, 세밀화풍으로 모사한 심장의 형태에 가깝다. 핏줄과 지방이 달라붙은 근육 주머니처럼 거칠고, 징그럽고, 뜨거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이희주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