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이 《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에 이어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소설을 냈다. 전작들에서 헤드헌터, 교육을 좇는 학부모, 드라마 작가 지망생, 성형외과 의사 등 우리네 현실에 밀접한 인물들을 꼼꼼하게 그려내 ‘도시 세태의 관찰자’라 불린 작가가, 이번에는 ‘젠더’를 주제로 특유의 관찰자적이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풀어놓는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전자는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인 김지성의 입장에서, 후자는 남편과 딸 둘을 둔 주부 이화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지성과 화이는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보고 각자 자기만의 서사를 펼쳐나가는데, 두 남녀는 상대가 주인공인 소설에 다시 ‘조연’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역할을 한다.
두 소설은 그 형식이 남성과 여성, 즉 ‘젠더’를 주제로 한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국 문학에서 흔치 않은 흥미로운 시도를 완성해낸다. 젠더라는 주제를 미투, 여성의 몸, 성적 주체성, 모성, 인터섹스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서사에 녹여내면서, 소설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독자는 두 소설 중 한 권만 읽어도 좋고, 두 권을 함께 읽어도 좋다. 다만 두 권을 모두 읽을 경우, 작가와 편집자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먼저,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을 나중에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