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허수경 | 난다 | 2021년 11월 2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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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외로움과 사랑, 그 풀리지 않는 오라
허수경 시인 3주기에 선보이는 그의 첫 장편동화
2021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3주기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그의 책 한 권을 수줍게 내밀어요. 1994년 시인이 독일에서 쓴 첫 장편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의 개정판인데요, 이는 그가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개작에 매진했던 이야기이기도 해요. 1994년 5월 독일에서 처음 이 동화를 쓰고 작가의 말을 보탠 시인은 2018년 5월 독일에서 다시 이 동화를 고치며 개정판 작가의 말을 참으로 어렵사리 한 글자에 두세 호흡 꾹꾹 눌러가며 이렇게 보내온 바 있어요. “외로운 한 아이에게 이 책을 드린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멀리, 멀리서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 사람도 외로웠다고.”

짧고도 명징한 메시지. 따뜻한 제 마음을 우리에게 내어주는 것 같은데 시린 제 마음을 우리에게 들켜주는 것 같아서 어딘가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어 저기 하늘을 쳐다보게 만들고 여기 땅을 바라보게 만드는 시인의 뼈가 단단한 말. 외로움과 사랑함, 사람 사이에 너무나 만만하게 너무도 흔하게 오가는 이 두 심경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죽음의 끝자락에 놓인 그 순간에도 뒤엉켜서는 왜 그 오라가 풀리지를 않는 걸까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는 시인의 첫 장편동화지요.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 지 1년 반 뒤에 펴냈던,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처음 선을 보였던 책이고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사람의 손에서 자라게 된 오빠 가로미와 신령한 바위산을 두 날갯죽지로 품은 지킴이 매와 함께 자연의 손에서 자라게 된 동생 늘메의 이야기가 담긴 환상동화이기도 해요. 사고 이후 마음병이 깊어져 걷지 못하고 바퀴의자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로미는 멀리 보이는 자연을 동경하며, 사람들을 치유하는 약초를 책으로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나는 것처럼 뛰고 걷는 늘메는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읍내 마을을 불편해하지만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약초를 손으로 직접 따며 살아가고 있지요.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로미와 늘메는 마주친 순간 서로가 찾던 서로의 오빠와 동생임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려요. 만남에 있어 시끌벅적한 껴안음이나 콧물 섞인 눈물바람은 없어요. 속이 묵직한 이 두 아이는 누구한테 배운 적 없음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른바 ‘순리’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아 말을 아낄 줄 알지요. 아이 둘의 속내가 담긴 독백을 좇다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것이 ‘성장’이라는 과정이 아니려나 그 수순을 일견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도 되니 이들에 우리가 자동 덧씌워지기도 해요. 삶의 환경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고비고비를 숙성으로 우리는 성숙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테지요.

저자소개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파울 첼란 전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으로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됐다.

목차소개

자네, 마음병이라는 거 아는가?
너희들은 자매야
저 새가 진짜 좋은 소식을 가져오려나
나는 못 걸으니까
아이들은 우리보다 언제나 더 현명하다네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이루어져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는 내 딸이었어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너 외롭니?
나는 너야, 너는 나구
너는 정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가자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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