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겟작대기만큼씩이나 한 구렁이가 득실거리는 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며 ‘사람 살리라’고 고함고함 치다가 잠을 깨고 나니 정말 억수처럼 비가 쏟아진다. 얼마를 오려는지 천둥을 한다 번개를 친다 호들갑을 떨고 야단이다. 첨지는 벌떡 일어나는 길로 문을 열어젖히었다. 어느 때나 되었는지 세상은 괴괴하고 오직 빗소리만이 억척스럽다.
“허, 이거 너무 과히 오시는군.”
첨지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누웠던 머리맡에서 대와 쌈지를 더듬는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또 한마디 되풀이한다.
“허어, 너무 과해.”
빗줄기는 한결같다. 그는 일찍이 이렇게 무섭게 퍼붓는 비를 본 적이 없었다. 번갯불에 퍼뜩 비치는 낙숫물이 굵다란 고드름 같다. 그것은 비라기보다는 차라리 폭포였다. 그렇다고 바람 한 점 없다. 폭포의 물확처럼 낙숫물 자리에 허연 거품이 부걱대는 것이 번갯불에 비친다. 첨지는 정말 집이 뜨기나 할 것 같은 불안을 느끼었다. 혼자 우두커니 앉았는 것이 무시무시해 견딜 수가 없다.
그는 견디다 못해서 토방 쪽으로 달린 문을 열어젖히고 아내를 불렀다.
“여보게!”
아내도 잠이 깨었던지,
“왜 그러슈.”
하고 인차 대답을 한다.
“비가 몹시 퍼붓는데 거 비설거지 했나?”
며칠 전부터 끄물대는 날씨에 비설거지 안했을 리가 없다.
“다 했어요.”
첨지는 덤덤히 또 앉았다가 또 아내를 부른다.
“여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