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나의 삶은 곧 한 편의 드라마며 詩였다.
어릴 때부터 아버님의 詩수업으로 인해 시는 가장 좋은 나의 친구였다. “시는 곧 그 사람의 인생이다”를 새겨 두고 가신 정신적 유산을 소중하게 키우며 늘 필(筆)을 놓지 않았다는 자부심 하나가 이제까지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며 최고의 긍지였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 한편 한편을 아버님께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실 때의 수업말씀과 함께 썼다.
“앞으로는 시를 과감하게 써야 하며 소설, 단편, 수필 등의 한 편을 압축해서 쓰는 감동적이며 재미있는 시가 독자를 잃지 않는 길이다.”라고도 하셨다. 현대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퓨전 문학을 말씀하신 셈이다.
‘시 작법의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인의 인간성이며 풍경보다 앞으론 인간을 주제로 해야 한다.”던 말씀을 깊이 새겨 두었기에 이 작품집은 바로 아버님이 추구하시던 새로운 시 작법에 기초를 두었다고 나름대로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겠다.
나는 어려서부터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아버님을 그대로 닮아 미사여구보다 직설어법을 더 좋아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시인의 시야도 우주 만물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더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나라 사랑을 필로써 저항하다 희생양이 되신 나의 아버님의 작품 세계를 서울대학교 권영민 교수님께서“시대를 초월한 탁월한 시 작법”이라고 논평해 주셨기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이 시집을 엮는다.
아버님, 당신께서는 100년을 내어다보고‘통일’에관한시를 쓰신다던 말씀이 늘 살아 있기에 교분이 두터우셨던 서정주, 조병화, 천상병 선생님들께서 서울로 올라와 활동하시라는 권유도 과감히 뿌리치신 이유가 이 시집에서 독자들의 눈에 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양보다 질적으로 더 깊이 성숙해 가는 자랑스러운 시인으로 생을 마감하련다. 내겐 너무 소중한 가족들, 순수 일러스트이신 나의 오빠 김 박 화백과 새언니, 일본의 큰언니, 필라델피아에 사는 작은언니, 남동생 김 찬(훼미리월드 사장)에게 이 시집의 출간 소식을 전하며 시를 아껴 주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 라이카협회 초대회장인 건원(健圓)과 출가한 두 자식(이승희와 남정아, 남정호와 최윤희)들과 손자들(이효정, 이효진, 남송희, 남진희)에게 나의 이 시집을 남겨 주련다.
그리고 J. C 중앙회장을 역임하신 성문전자 대표이신 신동렬 회장님을 위시하여 영등포 J. C 행사 때마다 시를 읊어대는 나를 아껴주는 30년 지기 우리 회원들에도 이 시집의 출간 소식을 전한다.
― 김경희, 책머리글 <자연(自然)이 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