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내고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두 번째 시집의 미련을 이제 펼쳐 보인다.
아직도 사랑이 고픈 내 정서를 한 편 한편 정성스레 모아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출간을 결심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도 있지만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도 있다.
시는 내게 일기와도 같다. 매일은 아니지만 정서의 굴곡이 느껴질 때 적어온 작품들이라 시를 접할 때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손에 잡히는 그림이다.
그 그림을 보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치유되는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시를 쓰는 나로서는 더한 기쁨이 없을 것 같다. 요즘 시간이 넘쳐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소통의 도구가 많아지기는 했으나 무관심은 커지고 각자의 외로움이 깊어지는 지금 당신의 손에 시 한편의 여유를 즐기는 감성적인 사회가 되기를 꿈꿔보며 이 가을 많은 이들이 시를 가까이 하는 계절이 되기를 꿈꿔본다.
― 정해철, 책머리글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