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나무 동산 아름다운 옛 동산, 지금에는 찾을 수 없는 그 동산…….
타락은 하였든 말았든 간에 아담 때부터 좋아하던 능금이다. 혀를 찌르는 선열한 감각, 꿈꾸게 하는 향기로운 꽃, 그리고 그리운 옛 향기…….
그 옛날 이곳에
그대여 아는가
꽃피고 열매 맺던
향기로운 능금밭!
언덕 위에서 시작되어 경사를 지으면서 개울가까지 뻗친 능금밭. 북국의 찬 눈이 녹아 개울가 버들가지에 물오를 때 자줏빛 능금나무 가지가지에 햇빛 흘러 동으로 십리 남으로 십리 펑퍼짐한 능금밭이 기름지게 아름아름 빛났다. 들의 보리이삭 패고 마을 밖에 피리소리 고요할 때 능금꽃 푸신하게 언덕을 싸고 우거진 꽃향기 언덕을 넘고 밭을 넘고 개울 건너 들을 건너 마을까지 살랑살랑 흘러왔다. 남쪽 나라 레몬 향기 꿈꿀것 없이 이곳의 능금꽃이 곧 마을 사람의 꿈이었다. 마을의 처녀 다홍치마 입고 시집갈 때 능금나무 꽃 지고 들에 황금 파도치는 늦은 가을 서리 맞은 능금 송이송이 아지 벌게 무거웠다. 따뜻한 석양 언덕 위에 비낄 때 능금 실은 수레 마을길로 향하였다. 황금 햇발에 머리카락 물들이며 수레 위에 앉아서 능금 먹는 처녀와 총각……타락의 시초인지 몰락의 첫걸음인지 그 뉘 아리오 만은 너 한입, 나 한입 거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있고 순진한 목가가 넘쳤다.
그 옛날 이곳에
그대여 아는가
꽃피고 열매 맺는
향기로운 능금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