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특히 소설을 그렇게 원했다. 하지만 재능이 별로 없었다. 뭔가 시도는 했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버린 글들이 시원치 않은 요리사가 잘못 만들어 버린 재료들만큼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안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왜 나는 그렇게 매달렸을까? 시간이 지나면 뭔가 다시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뭔가 썼다. 하나, 둘, 셋 실력 없는 요리사의 맛없는 음식 같은 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글쎄 이것도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을까?
시원치 않은 글들이기에 누구에게 보일 생각 같은 것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창피해서라기보다는 남들이 비난할까 봐 두려웠다. 이런 것도 글이라고 써서 보여 주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니 그것도 용기가 생겼다. 뭐 어때?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나, 욕하고 지나가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물론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요, 자기최면 같은 것이다. 그런 합리화가 힘을 받으며 나타난 외연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