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부

이병각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2년 02월 0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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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부엌간에는 화ㅅ틔의 관솔불이 뚤어진 솥뚜껑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뿌 ― 연 김에 가리여 어두컴컴하게 가물거리였다. 아내는 부엌 아구니의 불을 굴목으로 드러밀고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들었다. 앞이마에 착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걷어 올리고 허리를 폈다. 자지여드러가는 밥이 삐 ― 하고 솟전에 눈물 방울이 졸 ─ 내려오더니 짤르르하고 말러버린다.
『저녁밥이 얻듯케 되였나?』
방문을 빠시시 열고 어머니가 내여다보았다.
『지금 거이 되였습니다.』
아내는 행주를 빨면서 공손히 대답하였다.
『두부는 익히지 말고 그냥 써러 드러노아라.』
『네 ―.』
아내는 가느다랗게 대답하고 행주를 솥뚜껑에 철석 걸치였다.
어머니는 희미한 호롱불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돗자리줄을 헤아리고 앉아있는 아들의 머리수지가 어두컴컴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머리가 지나간 날엔 길게 자라서 어깨를 덥든 것이 지금은 땡땡이 중놈같이 짤막하게 까까버린 것이 도로혀 시원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귀밑으로 방긋이 보이는 얼굴살결은 너무나 엄청나게 하이얗다. 어머니는 아들의 옆에 당겨 앉혀 손을 만져보았다.
『이것 바라 손구락이 뼈만 남었구나!』
아들은 잠잠코 앉저서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전보담 더욱 말이 적음이 원망스러웠다. 몇해를 그냥 집을 나가있다가 돌아왔다 하더라도 응당히 이야기가 많을터인데 감옥에서 고생을 하다가 오늘 집에 돌아온 아들이 아무 이야기도 없이 그냥 멍하니 자리 날만 헤아리고 앉졌는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일변 근심스러웠다.
어린 아이가 잠이 깨었다. 응 ─ 하며 일어나서 눈을 부비더니 그만 울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얼는 고개를 들고 어린 아이를 잡아 안았다. 그리하여 무르팍 위에 언저놓고 달래였다. 어린 아이는 애비의 앞자락에 얼굴을 대이고 다시 졸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이야기도 않고 앉졌든 아들이 손녀를 안고 달래는 것이 반가웠다. 무심해보이는 아들에게 어디서 우러나온 마음인지 그래도 자정은 있나 보다 하였다. 어머니는 반가운 나머지 그만 눈물이 고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오랫동안 ×에 들어가 있다가 와서 응당히 만을 고생하든 이야기도 자기에게 들려주지 않고 제가 낳은 제 자식은 품에 안고 귀여워함을 볼 때 어찌하여 아들은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도 제 어미의 사정은 알아줄줄 모르는가 하고 희미하게 원망스러웠다.
『그래 이야기를 좀 해라! 아무리해도 골병은 질멋니라!』
어머니는 무엇이 원망스러웠다. 귀한 자식을 골병짐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애처로웠다. 알지 못하는 반발로 하여금 이 말이 능히 서슴지 않고 나왔다.
『원 별소리를 다 합니다. 골병은 무슨 골병!』
아들은 대수롭지 안타는 듯이 말하였다. 어머니는 삼년동안 못본 사이에 아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숙드러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삼년 전 바깥에 있을 때는 동리사람들이 아들을 다 키웠다고 칭찬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들이 위험인물이니 걱정이라고 충고할 때에도 어머니는 늘 아들은 아직 젖내음새 나는 어린 것이러니 하였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사당」, 「연모」, 「소녀」 등을 저술한 시인.

목차소개

작가 소개
생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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