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 권여선의 날선 문제의식이 담긴 첫번째 소설집『처녀치마』. 작가는 이미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관해 ‘연애(戀愛)’라는 헌사를 붙인 바 있다. 연애가 비로소 연애인 것은 작가의 말처럼 “사랑이란 말처럼 상대방 면전에서 남발되거나 소모될 수 없는” 그만의 정체성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처녀치마』는 그동안 한국 문단에서 보여준 작가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사이를 끊임없이 이어진 것으로 독해하는 『레가토』, 시간 속에서 한없이 미끄러지는 기억과 망각에 관해 이야기하는 『비자나무 숲』은, 『처녀치마』라는 ‘운명’ 속에서 잉태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권여선의 인물들은 모두 하나의 운명공동체처럼 엮여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각각의 메시지를 ‘따로-같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