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소설 『라면의 황제』. 확신할 수 없는 일들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픽션들. 이 소설집이 내재한 힘은 그러한 예언의 불가능성과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픽션의 힘에서 비롯된다. 소설이 가진 힘을 믿는 자에게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구원이 있으리. 만약 우리에게 ‘문학의 종언’이라는 테제가 유의미하다면, 이러한 단언은 다름 아닌 ‘현실-없는-현실’이라는 텅 빈 공간들, 즉 작품 속의 ‘W시’로 상징되는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의미 해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