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로 칩과 카드가 빠르게 움직인다. 서로 치고받듯 섞이고 섞이는데, 이 놀라운 광경에도 사람들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저쪽에서 누군가 돈을 잃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릴 뿐. 패를 쥔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맞은편에 앉은 상대의 눈빛을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도박의 세계를 그린 김나영 장편소설 『야수의 나라』가 2015년 2월 네오픽션에서 출간되었다. 『야수의 나라』는 심사평에서도 언급했듯이, 굉장한 ‘오락성’을 가지고 있다. 짧은 보폭인 듯하지만 뒤돌아보면 먼 거리를 걸어와 어느 덧 강을 건너고 있는 속도는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독자들을 밀어낸다. 게다가 천편일률로 생긴 카드 뒷면을 읽는 것, 카드 너머의 상대의 눈동자의 흔들림을 잡아낸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의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