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그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가끔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혹은 근처의 마트나 스포츠센터에서 얼굴을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일 층에서 열렸을 때 은진은 그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은진이 안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한 명이 들어올 자리는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은진은 결국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했다. 누군가를 타인으로 여기는 순간 그들과의 거리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은 누군가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그 거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타인과의 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다. 은진은 후자였다. 은진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