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
박금산 소설집『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현대인들의 일상과 심리를 세련된 필체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박금산의 이번 소설집에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결핍되고 메마른 내면을 가진 현대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은 대부분 물질적 풍요 속에 살아가면서도, 세상을 대하는 모습에서 나약한 면모를 보인다.
<이국종 고양이의 방>에는 외국인 여성을 세입자로 하여 살아가는 남자가, <누가 피리를 부는가>에는 연상의 여인과 일탈을 감행하는 의료 보조기구 제작사가, <17층 아래의 나뭇잎-현기증>에는 심한 고소공포증으로 아내와 여행을 하지 못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작가는 그들을 통해 정상을 추구하려는 정상적이지 못한 인물들의 노력을 무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추억, 사랑, 도덕, 정의 등 자신들로부터 사라졌다고 여겨지거나 애초에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것들로부터 탈주를 꿈꾸는 상반된 모습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제도, 관계, 일상, 그리고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로부터 일탈의 유혹을 느끼지만, 끝내 삶으로부터의 일탈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탈'이었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