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서 카프카적인 어둠이 느껴져!
차현숙 소설집『자유로에서 길을 잃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여성의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을 포착해낸다. 아버지와 어머니로 대변되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죽음과 거세를 통해 새롭게 부활하고자 하는 작가적 욕망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유년기에 겪은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타인보다 더 불편한 가족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복잡한 가족사로부터 기인하기도 한다. 가족 간의 소통의 부재와 사랑의 결핍은 결국 가족에 대한 애증을 불러오고, 이러한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주인공들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양극성 우울증의 기폭제가 된다.
이 소설집에서 죽음은 관계의 단절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은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주인공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겨주고, 중증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그들은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살 행위는 육체를 버리고 정신의 안식을 얻고자 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신의 뿌리를 향한 끝없는 거부의 몸짓이며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내려져 온 저주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