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 상처, 그리고 윤리적이지 않은 인간의 이야기
결핍된 자아와 불완전한 인간의 사랑을 탐구해온 소설가 김이정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 달린 작품들을 통해 하나의 상처가 다른 상처를 만나 어떻게 또 다른 상처가 되는지, 다시 상처와 상처가 만나 어떻게 사랑을 이루는지 보여준다.
저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독하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애에 빠져 있다. 상처받은 인물들의 자기애 옆에는 언제나 자기혐오도 도사리고 있는 법. 하지만 이들은 결코 생의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자신의 상처를 정확히 직시하고, 그 상처를 자신의 일부로 인정한다. 치료의 마지막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 하지만 그 사랑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사랑이다.
이 책에는 실종된 아버지가 기거하는 방을 관찰하면서 ‘아버지’를 하나의 실존적 존재로 인정함으로써, 아버지였던 한 인간 ‘남자’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통해 성숙해진 화자 ‘자신’을 재발견하는 표제작 「그 남자의 방」을 비롯하여 7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