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안개소년'
진실과 허위가 뒤섞인 칼날 같은 욕망의 세상을 만나다!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박진규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이 작품은 안개로 뒤덮인 얼굴로 태어난 한 소년이 세상에 발을 내디디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특별한 주인공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눈으로 보이는 현실 이면의 진실, 허위와 진실이 뒤바뀌는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안개소년'은 잘생긴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은, 가스등 같은 안개가 뒤덮인 얼굴로 태어난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한 그는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낯선 존재일 뿐 아니라, 그 스스로도 자신을 괴물로 여기게 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이름도 없이 '달걀귀신'이라 불린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거기에 타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사해 내는 재주는 더더욱 그의 존재를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이와 같은 기이한 상황들은 그에게 주체로서가 아닌 타자로서의 삶을 남긴다.
그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안개소년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흥미로운 대상으로 물화(物化)시켜 바라보고, 주인공의 인생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고 윤색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다. 작가는 이처럼 안개소년이라는 '비현실적인' 존재를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것 이면의 존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그의 기구한 이야기 속에서 욕망에 의해 진실과 허위가 뒤바뀌고 뒤섞이는 오늘날의 현실을 꼬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