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한성도서 초판본 최남선의 창작시조집
이때까지의 나는 꽃동산 같은 세상을 모래밭으로 걸어 나왔다. 다만 뙤약볕이 모래알을 들볶는 듯한 반생의 지낸 길에서 그래도 봄빛이 마음에 떠나지 아니하고 목마르고 다리 아픈 줄을 도무지 모르기는 진실로 진실로 내 세계의 태양이신 그이──님이라는 그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뽑은 몇 마리는 그를 따르고 그리워하고 그리하여 가까웠다가 멀어지기까지의 내 마음과 정곡을 그대로 그려낸다 한 것이니 조금만큼이라도 엄살과 외누리를 끼우지 아니하였음이로다. 매양 붓을 들고는 너무도 글 만드는 재주 없음을 짜증짜증 내다가 그 만분의 만 분지 일이라도 시늉할 듯만 하여도 미덕으로 알고 적고 고치던 것이다.
그이는 이미 늙었다. 사랑의 우물이 든 그의 눈에는 뿌연 주름이 비추게 되었고, 어여쁨의 두던이든 그 두 볼은 이미 찾을 수 없는 나라로 도망가버렸다. 그러나 그에게 대한 그리움과 애끊김과 바르르 떨리며 사족 쓸 수 없기는 이때 더욱 용솟음하고 철철 넘친다. 엷은 슬픔에 싸인 뜨거운 내 회포여! 이것이 실상 내 청춘의 무덤이거니 하면 늙은 것이 님뿐도 아니다!<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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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최남선(崔南善)(1890~1957) 호 육당(六堂), 한샘
서울 출생
사학자, 문인
황성신문, 제국신문, 독립신문 등 다수 논문 투고
동경부립제일중학 입학, 와세다대학 지리역사학과 입학
종합 월간지 ‘소년’ 창간
청년학우회 설립
주요작품은 독립선언서 외 다수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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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서문
제1부 동청나무 그늘
님 때문에 끊긴 애를 읊은 36수
제2부 구름 지난 자리
조선 국토 순례 주문(呪文)으로 쓴 36수
제3부 날아드는 잘새
안두(案頭) 3척(尺)에 제가 저를 니저버리든 3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