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국가들의 사회상을 본 예수는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와 무질서가 난무하고 있는 세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탄하며 질책하였다.
“한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이러한 사회의 불의를 올바르게 인도하고자 예수는 다음과 같이 역설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오늘의 우리나라 사정이 바로 그때와 같다. 2천 년 전의 우리나라의 사회나 그 후로부터 20세기 때까지 줄곧 우리나라사회는 ‘효사상’을 바탕으로 한 대가족 제도 속에 가족원 모두가 평화와 행복이 가득 찬 삶을 누리며 미풍양속을 지켜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급속히 밀려오는 서양문물의 무질서한 수용으로 사회도 가족도 파괴되고 있다. 예수의 위 개탄과 질책의 말에 다음 말을 추가하여야 하리라……. “형(언니)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언니)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맞서 갈라지게…….” 자기 속에 있는 들보는 멀리하면서 상대방 눈의 티만 지적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상…….
말은 그럴듯하게 ‘신념이다. 주관이다’라고 내세우며 아집과 독선을 제멋대로 행하고서는 ‘자기 합리화, 자기 타당화’시키는 언행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K女史」와 주변 인물 등의 삶을 통해 지옥의 길로 빠져 들어가고만 있는 우리 삶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리라…….
― 김진수,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