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일지(白凡逸志)(1948) ‘국사원’ 판본
옥에서는 나왔으나 어디로 갈 바를 몰랐다. 늦은 봄 밤 안개가 자욱한데다가 인천은 연전 서울 구경을 왔을 때에 한번 지났을 뿐이라, 길이 생소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밤에 물결소리를 더듬어서 모래사장을 헤매다가 훤히 동이 틀 때에 보니 기껏 달아난다는 것이 감리서(監理署) 바로 뒤 용동 마루터기에 와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휘휘 둘러보노라니 수십 보 밖에 어떤 순검 한 명이 칼 소리를 제그럭제그럭 하고 내가 있는 데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길가 어떤 가겟집 함실아궁이를 덮은 널빤지 밑에 몸을 숨겼다. 순검의 흔들리는 환도(還刀)집이 바로 코끝을 스칠 듯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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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김구(金九)(1876~1949) 호(號)는 백범(白凡)·연상(蓮上), 본명 창수
우리나라 대표 독립 운동가이며 정치인으로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활동을 하였고, 1944년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출되었다. 또한 신민회, 한인 애국단 활동 등 근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사의 운동가이며 교육자, 민족 지도자의 대표 인물로 1962년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되었다.
대표 저서로는 ‘백범일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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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 방랑의 길
숨은 지사들과의 사고임/마곡사에서 중이 됨/평양의 술 먹고 시 짓는 파계승(破戒僧)/효도/혼인/고원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