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선이가 늦어가는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있는 때에 그만 남이라는 생각은 피차에 없어지고 한집 식구같이 생각했다. 한쪽으로 이러하는 때에 한쪽으로 오빠의 병은 점점 무거워져서 언제 두 사람 사이에 친구 이상의 무슨 정을 속삭여 볼 만한 여유가 없었다. 눈과 눈이 마주쳐서 우선의 흐리어 가는 눈을 볼 때 정숙의 눈도 흐리어지지 않은 바는 아니건만, 혹 무슨 장난 끝에 우선의 억세인 손이 겨우 스물에 한 살을 더한 시골 처녀인 정숙의 손목을 잡을 때 정숙의 가슴은 울렁거리지 않는 바는 아니건만 그 이상에 더 올라가기에는 오빠의 병과 어머니의 감시가 허락지 않았다. 우선의 이때 회상담 가운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