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의 세번째 단편소설집『그의 세컨드 라이프』. 아이들을 필리핀으로 유학 보내겠다는 아내의 집념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소진해야 하는 실패한 ‘변호사’(「그의 세컨드라이프」),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이해하면서까지 자신에게 할당된 고독과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 ‘그녀’(「눈이 어둠에 익을 때」), 엄마의 강요된 교육 프로젝트에 따라 ‘엄마의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아이들’(「숨을 멈춰봐」),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외상적 기억과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여성으로서의 결여를 메우기 위해 북유럽풍 집 꾸미기에 집착하는 ‘여자’(「북유럽풍이 푸른 꽃무늬 접시」). 이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_x000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