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감성주의자 김하인의 보석처럼 빛나는 사랑 편지
우리 시대의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예리하게 대변하고 있는 작가 김하인의 [당신은 추억이라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사랑이라 말합니다]가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여름 편지는 2002년 1월, 3월에 각각 출간된《눈꽃 편지》(겨울),《당신은 내 첫사랑의 부임지입니다》(봄)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김하인의 사랑의 사계 시리즈는 10월쯤에 출간 예정인 가을 편지를 끝으로 1년에 걸친 사랑의 4중주를 완성하게 된다.
이번 김하인의 시집에는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녀가 사물에 투영되어 작가만의 언어로 나타난다. 그녀는 은행 에어컨 바람을 쐬며 기다리던 가난한 애인("은행에서")으로, 입 안에 한 번 되뇌면 곧장 마음을 뚫고 나와 오감을 가동시키는 모기 한 마리("모기 한 마리")로, 생각만 하면 불이 켜지는 반딧불이("반딧불이를 날리다")로 그려진다.
추억은 또다시 사물에 의해 그리움으로 반사된다. 이번 여름 편지에서 그의 추억은 바다로, 산으로, 냉장고 속의 짙은 그리움 속으로 달려간다. 귀가해서 제일 먼저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그에게는 사랑의 연속 동작이다. 그 안에는 여전히 싱싱한 그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