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와 함께 잠을 자지 못한다. 남자친구인 도현과도 마찬가지다. 친구 여경은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산부인과로 간다. 나는 여경과 동행하며 도현과의 지난날을 떠올린다. 대학 엠티의 밤, 함께 걷다 고백을 받은 기억, 입맞춤, 친자매나 다름없는 여경과의 밤이 사계절의 맛을 환기시키는 음식과 함께 잔잔하게 펼쳐진다. “CD플레이어와 MP3, 노트북 컴퓨터와 로터리식 TV”가 우리 모두의 젊은 날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과 함께, 아직은 미숙하고 불안하지만 ‘나’와 ‘여경’이 스스로의 삶을 모색해가는 모습이 독자들을 조심스럽게 안심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