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안보윤 | 문학동네 | 2022년 07월 1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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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살 자격’을 스스로 심문해본 적이 있는 이들과
이 소설을 함께 읽고 싶다. _최은미(소설가)

상처를 끌어안고 회복을 예언하는 이야기의 힘
2021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 안보윤 신작 장편소설


일상의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직시하며 평온해 보이는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조명해온 작가 안보윤의 장편소설 『여진』이 출간되었다. 『여진』 2018년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확장한 작품이다. 단편 「여진」은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소년7의 고백』에 수록된 소설로, 어릴 적 층간소음 보복 범죄로 조부모를 잃고 죄책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남매의 비극을 천착하며 가해와 피해를 선명하게 나누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예기치 못한 비극 앞에서 아동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장편소설 『여진』은 단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이 된 남매가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인물로부터 병든 개를 맡아 기르게 되면서 마침내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내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안보윤은 순도 높은 핍진성으로 존재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와 환상적인 묘사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점차 단단해져가는 그들 각자의 서사를 통해 회복의 길을 예언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와 ‘나’의 누나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어린 시절 그들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할머니를 지켜보는 일상을 보냈다. 방학이 되어 조부모 댁에서 생활하게 된 남매는 때로는 술래잡기를 하고, 때로는 할머니가 내어준 밀가루 반죽을 치대며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은 아랫집 남자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남아 있는 집의 문을 두드리면서 가족은 비극을 맞이했다. 혼자서는 신발끈도 묶지 못하던 어린 ‘나’는 경찰서에서, 법정에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일상에서도 집요한 질문과 과도한 동정, 경멸 섞인 목소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소년은 이제 알 수 있었다. 소년과 소년의 누나 안에서 어떤 세계가 완전히 막을 내렸음을. 희망이나 기적이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것들을 간직하고 있던 세계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음을. 소년은 도도의 발가락과 두두의 발뒤꿈치를 간신히 바닥에 붙이고 섰다. 서서히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_본문 중에서

남매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죄의식이라는, 스스로에게 내린 잔혹한 형벌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남매의 할머니에게 따스한 보살핌을 받았던 살인자의 아들 또한 끝내 건네지 못한 사과를 가슴에 품고 환상적 존재인 ‘슬픔을 지워주는 남자’가 되어 남매의 주변을 맴돈다. 남자는 ‘나’에게 개를 맡기고, 그 대가로 넘치는 보수를 입금하는 방식으로 속죄하고자 한다. ‘나’와 남자가 다시 한번 조우하게 되면서 소설은 점차 인물들이 지닌 상처의 핵심에 다가선다.

층간소음 문제, 아동학대, 동물학대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이 작품에서, 안보윤은 순도 높은 묘사로 등장인물들의 속죄를 장면화하며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들의 처절한 아픔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작가는 사건 주변부의 끝나지 않는 고통을 소설로 옮김으로써 학대를 방조하고, 쉽게 타인을 대상화하며, 불의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함을 폭로한다. 또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주변의 아픔을 우리 또한 묵과해온 것은 아닌지 선득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여진』은 그러나 우리 주변에 이토록 처절한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데에서 멈추지 않기에 더 뜻깊다. 남자와 재회한 후 과거의 상처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 남매는 개와 산책을 하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며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슬픔으로 가득한 존재들이 자신을 아끼고, 서로를 돌보며, 결국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가는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안보윤은 현실의 무수한 비극이 남긴 여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언젠가는 회복의 길로 접어들게 되리라 예언하는 듯하다.

저자소개

안보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을, 단편소설 「완전한 사과」로 2021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소년7의 고백』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중편소설 『알마의 숲』, 장편소설 『밤의 행방』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이 있다.

목차소개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세계의 잔인함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에겐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 특유의 온도가 있다고, 안보윤의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폭력이 얼마나 여러 존재에게 연쇄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차가운 통찰을 유지한 채로 아픈 현장으로 내려가 직시하고, 우회하며, 때로 망설이고, 다시 다가서면서 중층적 질문들 사이사이에서 끝끝내 어떤 온기를 길어올려낸다. 슬픔을 지닌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또 쓰다듬을 수 있는지를 아주 깊은 어둠에 발을 담갔다 나온 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소설을 다 읽고 산책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돌본다는 것에 대해, 살고, 함께 걷는 일에 대해 내가 어느 때보다 은은한 위로를 받았음을. ‘살 자격’을 스스로 심문해본 적이 있는 이들과 이 소설을 함께 읽고 싶다. 이 외로운 온기에 대해 쓴 사람이 다름 아닌 안보윤이기에 더더욱. _최은미(소설가)

어떤 순간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그 무엇보다 가장 정확한 대답이 된다. ‘무슨 말’을 가져가버리는 것, 그것은 소설이 주는 아주 커다란 선물이다. 『여진』을 읽고 나서, 나는 기꺼이 할말을 빼앗긴 채로 다만 슬픔을 쥐고 있었다. 두 소년처럼, 누나처럼, 개처럼 나도 나의 슬픔을 꼭 쥐고 있다. 나의 희망도 또한 이 꽉 쥔 주먹 안에 있을 것이다. _요조(뮤지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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