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그간 모두 평안하셨는지요? 허다엘입니다. 어느덧 제가 시를 쓰기 시작한 지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략 2016년부터 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일회성으로 몇 번 쓰고 말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저는 지금도 꾸준히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와 시는 그 어떤 운명과도 같은 만남을 이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저를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만큼 저는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시에 대한 감상평은 제 서두 시, 〈나에게서 태어날 사랑하는 시에게〉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처음 제가 시를 쓰기 시작한 시절은, 결코 저에게 있어서 상황이 좋은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매일같이 들리는 음성들, 온전치 못한 인간관계, 절망의 나날들, 그 속에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영감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상황이 절망스러웠기에, 저에게서 나오는 시들을 잿빛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잿빛의, 못생긴, 미운 오리 새끼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 시들이 어느 순간 하얀 백조처럼 날개를 펼치더군요.
저는 저의 시가 백진주가 아닌, 흑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웃을 때, 저는 울었고… 남들이 즐길 때 저는 홀로 고독을 감내해야 했지요. 그 어떤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면 남들은 웃어도 혼자서 어두운 표정으로 쓴 마음을 삼켜야 했던 저를 기억합니다. 남들이 하얀 진주처럼 희고도 흰 미소를 지었다면, 저는 검디검은 흑진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백진주만이 진주는 아니었습니다. 흑진주도 진주였지요. 저는 어느 순간 저의 어두웠던 청소년기 시절과 그 이후의 시절들이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록 그 빛이 하얗게 빛나는 백진주의 빛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주변의 밝음 속에서 홀로 어두웠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은 저에게 필요한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솔로몬의 아가서에 나오는 술람미 여인이 게달의 장막과도 같이 검은 빛의 자신을 표현하는 시 구절마냥 아팠던 저의 검은 시절을 사랑으로 끌어안기로 결심했습니다.
성령님께서 얼마나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시고 보듬어 안아 주셨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저는 눈물 흘리는 부서진 영혼의 잿빛 오리가 아닌, 동화 속의 요정과도 같이 시와 함께 거닐고 춤을 추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1부는 “동화 속의 요정처럼”이라는 테마를 잡아 보았습니다. 지난 제3시집과는 달리 꽤나 밝은 톤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지요. 제2부는 “생활 속의 나”로 잡아 보았습니다. 오랜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사람들을 만날 일들이 늘어나고 직장 생활 속에서 달라진 시선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의 나”를 테마로 잡았습니다. 제3부는 “내면 속의 나”입니다. 내면 속의 여행을 떠나면서 제가 느끼고 깨달았던 구절구절들을 시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시는 게달의 장막과도 같이 검던 제가 영혼을 사랑하고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진 한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담은 시, 〈왕의 고백, 왕의 고객〉이라는 시로 마무리를 지어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저에게 삶이란 하나의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마지막 뒤표지 시 〈구도자의 여행〉처럼이나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구도자의 여행을 떠납니다. 자연을 벗 삼고, 주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한 명의 순례자의 모습으로써, 인생길을 가고만 싶습니다.
시집을 한 권씩 한 권씩 출간해 나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 시집을 냈을 때의 수줍음과 설렘, 두 번째 시집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수록하면서 느꼈던 울컥함과 뭉클함, 세 번째 시집에서 비로소 내보인 나의 눈물에 대한 애환과 사랑, 그리고 이번 네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 하나 저의 애정과 사랑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눈물의 시절들이 저에게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습니다. 성령님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의 모티브가 되어 주었고 영감을 저에게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또한 저의 어머니의 기도도 기억합니다. 덕분에 지난날의 초라하고 어리숙하기만 했던 제가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오랜 기간 끝나지 않던 코로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나라 안팎의 여러 상황들이 우리를 위축되게도 하고 두렵게도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힘을 내어 봅시다. 우리는 홀로 서야 하지만 또한 혼자가 아닌 존재들이니까요.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니까요. 저 또한 온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기쁨을 이 시집을 통해서나마 누리고 나누고 싶습니다.
이 시집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평안을 전하며 이만 인사 올리겠습니다.
_허다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