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 라면 유해론이 대세로 자리잡기 전인 2005년, 27년간 라면만 먹은 라면의 달인 김기수 씨의 책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이 출간된다.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와 종종 혼동되는 김기수 씨의 책은 출판사가 부도나면서 재고가 몽땅 폐지수집상으로 넘어간다. 폐지수집상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이 책을 발견하게 되고, 김기수가 말년을 보낸 W시의 공원 묘지에는 라면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라면 애호가들이 모여 애도를 한다.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힌 라면이 사라진 시대, 가짜와 진짜를 넘나드는 새로운 리얼리즘 소설이 나타났다. “라면을 기억하세요? 도대체 어떤 맛이었어요?” 당신의 기억을 조작하는 알쏭달쏭 지식조합 누보로망 대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