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지평선

현진건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2년 08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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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제사회사 사장 박병래(朴秉來) 씨의 부부 사이에는 여러 가지 로맨스가 많았다. 이만 석 가까이 추수를 하는 그는 제 손으로 그 회사를 맨들어 가지고 그곳에 사장 노릇을 할 뿐인가, ××중학교까지 단독으로 경영하며 역시 그 학교의 교주가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하잘것없는 우리 사회에는 그의 이름이 햇발과 같이 빛났다. 그만큼 그의 한 노릇이요 그에게 관련된 일이라면 옳고 그르고 할 것 없이 말 좋아하는 세상 사람의 입길에 오르고 나리었다. 그로 말미암아 신문의 사회면이 혼잡해지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구나 시방 안해 윤애경(尹愛卿) 씨와 첫날밤에 일어난 불상사는 오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오히려 우리의 기억에 새로우리라. 그 때의 사실을 윤곽(輪廓)만이라도 알아둠은 내가 지금 쓰려는 이 긴 이야기에 많은 참고가 되겠기로 그 때 내가 틈틈이 모아두었던 ××신문 쪽지를 독자 여러분 앞에 공개하려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첫날 ― 곧 기미(己未)년 이듬해 경신년 사월 십삼일 ― 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박 사장 결혼야의 혈극, 괴청년 신랑 난자”(朴社長 結婚夜의 血劇, 怪靑年 新郞을 亂刺)란 초호 삼단의 큼직한 제목 밑에, ××제사회사 사장이요 ××중학교 교주인 박병래 씨의 결혼식은 재작 십일에 거행되었는데, 그 식장인 종현 천주교당에 모인 손님과 구경꾼은 안으로 넘치고 밖으로 밀리어 왼 서울이 다 끓어 나온 듯한 성황을 이루었으며 식을 마치고 조선호텔로 그 피로연이 벌어지자 여러 십대 자동차와 여러 백대 인력거가 꼬리를 맞물고 그야말로 장사진(長蛇陳)을 쳤고, 초대 받은 손님으로 말해도 우리 사회의 일류 명사들이 거진 망라되었으며 귀족 측으로 박 후작을 비롯하여 김 자작·조 남작, 당국 측으로 정무총감·경무국장까지 출석하였으니 그 굉장하고 성대한 품이란 왕자의 혼례로도 따를 수 없었다. 가정의 번잡함을 피하고 새로운 정과 기쁨을 알뜰살뜰히 향락하게 위함이던지, 첫날밤을 호텔에서 치르게 되었는데, 그 날 밤 새로 한 점 가량 되어 이 행복에 싸인 신방의 문을 박차고 난데없는 청년 한 명이 뛰어들어와 섬섬한 비수로 신랑을 난자하여 원앙금침이 피투성이가 되는 불상사가 돌발하였더라.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빈처」, 「운수 좋은 날」, 「고향」 등을 저술한 소설가.언론인.

목차소개

작가 소개
신문기사
출옥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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