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문 밖 살림을 차린 뒤로 안잠자기 때문에 약간 머리를 앓지 않았다.
‘개똥에 굴러도 문안이 좋지 그 두메에 누가……’ 하고 그들은 처음부터 오기를 싫어한다. 일갓집들의 연줄 연줄로 간신히 하나 구해다가 놓으면 잘 있어야 한두 달 그렇지 않으면 단 사흘이 못되어 봇짐을 싼다. 속살 까닭은 여러 가지겠지만 드러내 놓는 이유는 한결같이,
‘뻐꾹새와 물소리가 구슬퍼서……’
한다. 불행한 인생의 길을 걷는 그들에겐 집을 에두르는 시냇물 노래와 뒷산 속에서 새어 흐르는 뻐꾸기의 울음도 시름을 자아낼 뿐인 모양이다. 어둑어둑한 소나무 그늘 밑에 그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씻게 되고 햇빛에 고요히 깃들인 풀 그림자도 까닭 없이 그들의 맘을 군성거리게 하는 듯.
도회의 번잡과 조음이 도리어 그들의 신경을 무디게 해 주고 심장을 지질러 주는 듯.
아모튼 안잠자기가 붙어 있지 않았다. 병약한 안해의 단손으로는 도저히 살림을 꾸려나가는 수가 없고 사람은 있어야 될 판이라, 나이 늙든 젊든, 일을 잘하든 못하든 안잠만 자 준다면 우리는 감지덕지로 위해 올리는 판이었다.
황해도 할멈이 올 때에도 우리는 사람이 없어서 무진 애를 쓰다가 드나드는 기름장수의 연줄로 간신히 그를 구해 온 터이라 인품과 일새를 볼 겨를도 없었다.
보통집 같으면 대개는 그 할멈을 싫어하였으리라. 첫째 나이 많아 육십오 세나 되었으니 세찬 일을 바랄 수 없고, 둘째 너무 추해서 불쾌한 감정을 일으킨다. 얼굴은 늙은 일본 호박 모양으로 위아래가 내밀고 눈과 코언저리가 움쑥 들어갔는데 검붉은 버섯으로 덮였고, 가을바람도 일어난 지 오래인 음력팔월인 이 때 땀이 차서 헤어진 광당포 적삼 하나를 걸쳤고 잠뱅이 비슷하게 짧은 베치마가 갈기갈기 찢어졌는데 그 조각마다 기름때가 켜켜이 앉았다. 요새 명색 안잠자기라도 위아래를 인조견으로 휘감고 버듬적하게 양산 한 개쯤 들고 다니는 데 비하면 그야말로 소양지판이다.
그러나 우리는 와 준 것만 감지덕지다.
“저 나이에 저 꼴을 하고야 설마 오래 붙어 있겠지.”
안해도 나를 보고 해죽이 웃으며 도리어 안심하는 눈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