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이효석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2년 08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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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깃배가 들어올 때마다 판매소 창고 앞은 모이는 사람들로 금시에 장판을 이룬다. 선창에 수북이 쌓인 고기를 혹은 그물채로 혹은 통에 담아서 창고에 옮기기가 바쁘게 포구의 여인들은 함지를 들고 모여들 든다. 판매소 서기가 장부를 들고 고기를 나누고 적고 할 때에는 어느덧 거의 고기만큼의 수효의 여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만다. 고기와 사람의 산더미 속에서 허덕이면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함지에 분부해 주면 여인들은 차례차례로 담아가지고는 그 길로 읍내로 향한다. 읍내 장터까지는 오릿길이다. 여인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길을 그렇게 왕복함으로서 한집안의 생계를 이어간다.
학수는 그 여인들 속에 그 어느 때라도 어머니의 자태를 보지 않을 때가 없다. 늙은 어머니에게는 한 마리의 나귀가 있었다. 망아지보다도 작고 등어리의 털이 거의 쓸려서 없어진─아마도 어머니의 연세만큼이나 늙었을 그 나귀가 어머니에게는 단 하나의 귀한 살림의 연장이었다. 늙은 낫세로는 부치는 근력에 함지를 이고 오릿길을 걷기는 힘들다. 어머니는 함지 대신 수레에 고기를 받아 가지고는 나귀를 몰고 읍냇길을 걷는 것이었다. 가는 길은 힘드나 오는 길은 비인 수레 속에 고기 대신에 몸을 얹고 가벼운 것이었다. 그 어머니의 양을 학수는 해변에 서서 혹은 뱃전에 의지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이 저리고 가슴이 아프지 않은 바는 아니었으나 그러나 불효니 무어니 그 이전의 절박한 문제로 학수의 가슴속은 가득 찼던 것이다. 읍내의 학교를 중도에서 나온 지도 반달이 가까우면서 아직도 어지러운 마음속을 정리도 못했거니와 나갈 길의 지향을 못 찾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중이다. 불역에 나와 서서 바다를 내다보고 판매소의 요란한 광경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 결코 한가한 심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는 겹겹의 근심과 우울이 구름같이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자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불효의 탓이 아니라 눈을 솔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애쓰는 자태를 바라봄이 얼마간이라도 어머니의 짐을 덜어주자는 그런 뜻임은 물론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귀를 몰고 판매소 앞을 떠나 읍으로 향하는 큰길로 들어설 때에는 학수는 은근히 모래펄을 지나 밭둑에 나서서 멀어지는 어머니의 자태를 어느 때까지나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이웃집 분녀와 동행하는 때가 많았다. 그런 때이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분녀는 함지를 인 채 나귀 옆에 서서 걸음을 같이하면서 자별스럽게 웃고 지껄이고 하였다 그 정경을 . 학수는 더없이 귀엽고 부러운 것으로 여기면서 두 사람의 자태가 읍으로 향한 곧은 길 저편으로 까아맣게 사라질 때까지 시름없이 바라보곤 했다.

저자소개

소설가(1907~1942). 호는 가산(可山). 1928년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온 이후, 초기에는 경향 문학 작품을 발표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에 <메밀꽃 필 무렵>, <화분(花粉)>, <벽공무한(碧空無限)> 따위가 있다.

목차소개

작가 소개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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