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집가 곽재식의 K-크리처 판타지
기상천외한 토종 괴물들을 소환하다!
◎ 도서 소개
드넓은 상상의 바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괴물 이야기
왜 우리에겐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를 통해 친숙하게 접해 온 고블린이나 트롤, 오크 같은 괴물이 없을까? 『크리처스』는 오랫동안 우리 전통 설화와 민담, 문헌 기록 속 토종 괴물들을 집요하게 채집해 온 괴물 박사(?) 곽재식의 물음표에서 출발한다. 위 질문에 곽재식은 한 번도 제대로 쓰여진 적 없었기 때문이라는 듯, 전에 본 적 없는 신비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토종 괴물들을 우리 앞에 소환시킨다. 곽재식 작가의 재기발랄한 입담이 다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써 온 정은경 작가와 안병현 그림작가를 만나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물, 『크리처스』 1권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남을 웃기는 덕담꾼으로 성공하고 싶은 철없는 소년 소소생은 어느 날 덕담꾼으로 크게 성공시켜주겠다는 수상한 한 남자의 말을 믿고 값진 보물을 덜컥 내어 준다. 어린 소년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건 희대의 사기꾼이자, 절세 미남 해적인 철불가! 화려한 사기 전과 이력을 가진 철불가는 이미 다른 해적 무리에게도 쫓기는 신세였고, 철불가를 쫓던 소소생은 졸지에 철불가와 한패로 오인받아 무시무시한 해적 무리의 1순위 제거 대상이 되는데…. 대체 어쩌자고 이런 원수 같은 인간과 엮이게 된 걸까? 신세를 한탄할 여유도 없이, 해적 무리를 피해 달아난 바다에는 설상가상! 거센 폭풍우와 번개를 흩뿌리는 백룡, 바다에 빠진 사람을 뿔에 꽂아서 잡아먹는 적각어, 고개를 젖혀도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키를 가진 장인 등 기기괴괴한 괴물까지 공격한다. 이들은 과연 무사히 집으로, 아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크리처스』는 마치 영상을 보듯 시청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소설이다.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과 비장한 장면에서 돌연 팽팽하던 긴장감을 유머로 반전시키는 재치, 역사적 고증과 상상의 힘을 버무려 환상적인 세계관을 재현한 그림은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10대 청소년은 물론, 새로운 한국형 크리처물을 고대해 온 팬이라면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선택일 것이다.
◎ 출판사 서평
괴물 박사 곽재식,
가장 신선하고도 독창적인 소재를 발굴하다!
〈부산행〉, 〈킹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에서 제작된 크리처물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캐릭터와 배경이 한국인과 한국으로 설정됐을 뿐, 우리 고유의 크리처(Creature: 기묘한 생물)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왜 아무도 한국형 크리처에 주목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서양의 설화와 민담에 기반한 괴물들의 이름은 줄줄이 읊으면서도, 토종 크리처 이름 하나를 대 보라는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힐까? 한국에도 괴물이 있었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잊혀졌을 뿐. 그리고 여기,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토종 괴물을 수집하는 일을 고집스럽게 해 온 이가 있다.
KAIST 출신의 공학 박사이면서, 과학과 역사, 판타지 등 다방면의 주제를 넘나드는 SF 소설가로 알려진 곽재식 작가는 눈길을 끄는 이력에 더해 ‘괴물 수집가’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그는 실제 기록 문헌(『고려사』, 『동국여지승람』, 『삼국유사』, 『성호사설』)을 토대로, 『한국 괴물 백과』와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괴물 정보를 대중에 널리 알려왔다. 이처럼 작가가 집대성해 온 괴물 자료들은 『크리처스』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창조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포악하면서도 왠지 인간적이고, 생경하면서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괴물들을 우리와 마주하게 한다.
해학과 풍자,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선사하다!
『크리처스』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는 장보고 사후, 바다의 새로운 주인을 자처하는 해적들이다. 잔인무도하기로 소문난 여걸 저승사자 흑삼치, 전갈의 독보다 강력한 독기를 품은 싸움꾼 바다전갈, 약탈한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눠 주는 의적 고래눈, 이렇게 세 세력은 삼면의 바다를 둘러싼 쟁탈전을 벌인다. 어째서 해적인가? 곽재식 작가는 『삼국사기』 속 실제 존재했던 신라구(신라 해적)에 대한 고증을 토대로, 부패했던 신라 왕실과 고관대작들의 횡포를 가감없이 그려낸다. 한 나라의 국운이 쇠하는 데 있어 힘없고 나약한 백성들의 책임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언컨대, 없다. 작가는 그런 신라 왕실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해적들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할 짜릿하고도 통쾌한 반전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또한, 덕담꾼 소소생이 펼치는 서툴지만 뼈 있는 덕담 한마디 한마디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 준다.
곽재식의 상상은 4D 영상이 된다!
텍스트의 시대는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영상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둘 다 가진 책이 있다! 『크리처스』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판타지물이다. 다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상으로 구현되는 글을 써온 정은경 작가는 매 장면마다 시각적인 묘사와 청각적인 효과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며 사각 영상 프레임의 한계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상상의 끝을 보여준다. 여기 더해 안병현 그림작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토종 괴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재현하는가 하면, 상상 속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탐험하는 주인공들을 그려낸다.
개성 넘치는 해적들의 짜릿한 액션 활극, 눈을 뗄 수 없다!
해적들의 스릴 넘치는 액션 활극도 『크리처스』를 즐기는 주요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개성 넘치는 해적들은 고문헌 속 무기들을 재해석한 ‘솔개처럼 조각된 몸통에 화살을 연발로 쏠 수 있는 솔개날’, ‘검집이 다섯 개 달린 오합도’, ‘상 위에 놓고 쏘아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감을 안기는 상노’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눈을 뗄 수 없는 스케일을 선보인다. 그리고 텍스트 중간에 삽입된 그래픽 노블 감성의 액션 만화는 이야기의 생동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 추천사
이토록 인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해적 무리들과 전에 본 적 없던 비주얼을 가진 괴물의 조합! 마치 빨리감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뒷장이 궁금해지는 전개! 텍스트가 불어넣는 상상의 힘은 영상의 한계를 뛰어넘고, 동시에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관을 영상에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연상호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연출 및 감독)
서양 기원의 신화보다 『삼국유사』를 비롯한 우리 문헌과 설화에 주목해야 하는 K-문화 전성시대! 여기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의 토종 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괴물 수집가 곽재식이 재해석한 역사와 상상력의 조합을 즐겨 보자.
큰★별쌤 최태성 (별별 한국사 연구소장)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세계화 바람의 구호였던 이 말은 적어도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새삼스러울 것 없는 팩트임이 증명되고 있다. 괴물 수집가 곽재식의 손끝에서 탄생한 우리 고문헌 속의 신박한 토종 괴물 판타지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이고 세계적인 스토리가 있을까.
한정은 (콘텐츠웨이브(wavve) 주식회사 마케팅그룹장)
◎ 책 속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나와 철불가는 목에 올가미를 건 채 해적선 난간에 위태로이 섰다. 양손은 등 뒤로 포박당했고 두 발도 밧줄로 묶인 상태였다. 발밑을 보니 시꺼먼 바다에서 창처럼 뾰족하고 긴 뿔을 가진 괴물 물고기들이 우리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피에 굶주린 상어처럼 우리를 찔러 죽이려고 펄떡펄떡 바다에서 뛰어올랐다.
밧줄을 끊으면 괴어의 뿔에 찔려 죽고, 밧줄을 당기면 목이 졸려 죽을 상황. 어쩌다 철불가와 엮여 죽게 되었단 말인가. 이 마당에도 저자는 휘파람이나 불며 별 구경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열일곱일 뿐인 내가!
평범하고 나름 선량하게 살아왔던 내가!
덕담꾼으로 인기를 얻고 싶었을 뿐인 내가!
어찌하여 죽게 되었는지 그 억울하고 구슬픈 덕담(이야기)을 그대들에게 들려드리겠다.
-p.4~5
먹구름과 비바람 사이로 검은 털이 수북한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두운 데다 비바람이 거세 눈을 뜨기 어려워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쿵 쿵 그것이 걸음을 뗄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웅덩이의 물도 요동쳤다.
“괴… 괴물이다!”
무역상이 덜덜 떨며 말했다.
“……내 어디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 동쪽의 어느 섬에 거인이 사는 나라가 있다더군.”
검은 털이 수북한 괴물은 산처럼 두터운 손바닥으로 해적 셋을 개미처럼 눌러 죽이고, 창처럼 긴 손톱으로 해적 여섯을 꼬챙이처럼 꿰어 죽였다.
“놈은 손톱이 길고. 이빨은 톱니처럼 날카로우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했소.”
먹잇감을 놓친 괴물의 눈알이 철불가와 무역상 쪽을 향했다.
“놈의 이름은… 장인…….”
무역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괴물의 손이 무역상을 낚아챘다.
-p.27~29
“이것들은 적각어다. 적색 뿔을 가진 물고기란 뜻이지. 흰색 뿔인데 왜 적색 뿔이라고 말하는지 아느냐? 저놈들의 뿔에 찔리면 꼬챙이처럼 꿰여서 산 채로 죽을 때까지 끌려다녀야 하거든. 하얀 뿔이 피로 물들어 적색이 된다고 해서 적각어라 한다. 뿔에 꽂혀 장기를 관통당한 채 이놈 저놈에게 뜯어 먹힌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라나? 하하하.”
어둠 속에서 싸늘하게 웃는 흑삼치는 별명처럼 정말 저승사자 같았다. 소소생은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 하마터면 난간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보고 흑삼치의 부하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눈이 어둠에 익으니 정말로 적각어의 뿔이 피로 물들어 붉은색인 것이 보였다. 덩치가 큰 놈일수록 뿔에 사람의 잘린 팔다리가 산적 꼬치처럼 많이 꽂혀 있었다. 적각어가 펄떡거릴 때마다 잘린 팔다리도 꿈틀꿈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놈들을 쉽게 죽일 수는 없지. 밤새 벌벌 떨며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p.82
암초 사이의 좁은 길로 나룻배가 들어서자마자 휘이잉 돌풍이 불었다. 눈을 뜨기 힘들 만큼 바람이 세졌다.
고래눈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난데없는 바람에 흑삼치도 눈을 뜨기 힘들었다. 바다전갈은 팔을 들어 얼굴로 불어닥치는 바람을 막았다.
그 순간, 하늘과 바다 사이에 하얗고 기다란 것이 나타났다.
“……백룡?”
소소생은 눈앞에 나타난 것을 믿기 힘들어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분명히 백룡이었다. 온몸이 하얀 용이 용오름을 일으키며 바다에서 동이 터 오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장 낭자다! 장 낭자가 나타났다!”
해적들이 외쳤다. 해적들은 혼비백산하여 배를 반대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해적들이 도망치고 있어요!”
해적들이 뱃머리를 돌리는 것을 보고 소소생이 외쳤다. 하늘로 날아오르던 백룡이 몸을 틀어 철불가와 소소생이 탄 나룻배로 빠르게 다가왔다.
“으아악!”
센 바람과 높은 파도에 소소생은 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p.115~118
후드득 후드득. 찐득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소생은 얼굴로 떨어진 비를 손으로 닦아냈다. 손바닥이 시뻘건 색으로 물들었고, 코를 찌르는 지독한 비린내가 진동했다.
“피?”
시꺼먼 털로 뒤덮인 거대한 기둥 두 개가 나타났다. 언뜻 스무 척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괴물이 두 발로 서서 소소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뻘건 비는 까마득하게 높은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누구를 잡아먹었는지 이빨에서 흘러내린 피가 비처럼 떨어졌다. 소소생이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장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철불가는 물속에서 의지하고 있던 노를 장인에게 집어 던지고는 혼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찰방찰방 물을 튀기며 도망치려 했지만 커다란 손이 철불가를 잡아챘다.
“으아아아악!”
철불가를 낚아챈 손에는 손톱 끝마다 손가락 인형처럼 사람 머리통 몇 개가 대롱대롱 꽂혀 있었다.
-p.13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