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을 궁리하다
폭염의 도시, 가파른 금속판 담장 위로도 담쟁이들은 기어오른다. 장마가 끝나자 헤엄치는 지느러미들이 공중을 장악했다. 도달의 높이와 넓이를 재기 위해 온갖 과장된 제스처를 분출하는 그들처럼 나도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을 꿈꾸고 싶었다.
상상도 디지털로 바꾸면 당신의 궁금함을 얼마만큼 해소시킬 수 있을까. 상상을 뭉쳐놓은 것 같은 내 글을 상징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일련의 시도가, 당신에겐 사색을 위해 놓아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높은 햇살과 깊은 그늘, 그 양면성에 빠르게 접속하던 나는 의존성 망각에 밑줄을 긋는다. 신비주의를 고수하거나 은둔자가 아니라고 굳이 아우성치지 않았을 뿐, 비 맞은 듯 중얼거림의 문장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
바람 속으로의 활보를 꿈꾸는 당신을 위해 여름 한가운데서 더 귀 예민해진 담쟁이들이 수신한 소문이 초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