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팅은 허구와 실제, 진실과 거짓 사이의 아주 좁은 틈을 헤쳐가며 놀라울 만큼 정교한 서사를 펼친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뒤바뀐 영혼」은 류팅의 작가적 문제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천재 시인인 야거는 자신의 시적 영감과도 같은 연인 샤셩을 만나 가정을 이루지만, 현실적인 곤경에 직면하고 만다. “야거는 생존에 관해서 가장 본질적인 진리만 알고 있을 뿐, 두 사람이 처한 곤경에 대해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12~13쪽)기 때문이다. 그 어떤 위대한 ‘시’로도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느낀 야거는 화장터에서 일하다가 가족을 위해 유골함을 훔친다. 결국 감옥에 갇힌 야거는 어느 날 밤, 신비한 목소리로부터 “내일 감옥에서 나가면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 바꿉시다’라고 말해봐. 너의 시재를 전부 그에게 주고 그의 모든 삶의 지혜를 달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되고, 감옥을 나서는 순간 타인과 영혼을 바꾸기에 이른다.
「당나라로 돌아가다」 역시 중국 현대인의 욕망과 그로 인한 정신적 피폐함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대학 교수인 ‘나’는 당위원회 부서기이자 학교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자신의 아내가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인 것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버리고 “한 수의 시처럼 아름다운 당나라 시대로”(85쪽) 돌아가고 싶어 한다. 우연히 당시(唐詩) 한 편에서 이런 비밀을 발견하게 된 ‘나’는 천둥 번개가 치는 날 시계탑 꼭대기에 올라가 번개를 맞고 당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가난과 전쟁으로 인해 그곳에서 ‘나’의 삶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당나라로 돌아오기 전, 나는 이곳에 오기만 하면 나의 지혜와 재능, 그리고 남들보다 천 년 이상 앞선 문명으로 틀림없이 이곳에서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관원이나 상인이 되지 못했고 심지어 창안성에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95쪽)
당나라의 대시인 이백(李白)을 만나기 위해 창안성에 다녀온 ‘나’는,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아내가 군부대의 습격에 비참하게 죽어 있는 것과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내와 간통을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참담함에 빠진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현실의 탐욕적 삶보다 “기근과 흉작, 살육이 존재하는” 당나라 시대의 삶이 더 인간적이라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