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의 두번째 장편소설. 상상력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가 배명훈이 본격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지독하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 동안 <타워>와 <신의 궤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았다면 이번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마음의 공식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11년 차 킬러에게 주어지는 1년의 휴가. 이 휴가가 끝나면 그는 계속 킬러로 남을지, 영원히 사라질지 선택해야 한다. 아직 7개월이나 남은 휴가 중의 킬러에게 갑자기 찾아 든 검은 조직의 지령. 그저 연극 한 편을 보고 소감을 말해주면 된다지만, 조직은 피가 튀기지 않는 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 그리고 연극 무대 위에서 킬러가 본 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시체를 연기하는 은경이. "그녀를 보았다."는 것은 곧 그녀가 제거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휴가가 끝났다.
숙청된 권력자의 딸, 김은경. 겨울을 빚어 만든 나라 체코의 차가운 무대 위에서 죽음을 연기하는 그녀는 당장에라도 꺼뜨려 버릴 수 있는 가느다란 빛. 킬러는 그 빛을 지키기 위해, 연방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그녀를 숨기기 위해 봉인했던 단검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