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의 방향 : 형상시인선 35 (백숙용 시집)

백숙용 | 북랜드 | 2022년 09월 20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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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형상시문학회 시인선 서른다섯 번째 시집이며 백숙용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봄밤, “가만히 창밖에 귀를 대고 시의 숨결까지 엿들으려 하는” 달빛의 마음과 닮은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이룩해 낸 개성 있는 시의 공간 「분홍의 방향」. 50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잠의 고삐를 잡고 몇 날 며칠을 보냈는데/ 나 뛰는 말 잡지 못했네// 기다리는 난초꽃 마음/ 흔들릴 때마다 초조해졌다// 눈 감으면 보일까/ 물결치는 신록 속으로 달리는 말/ 재갈을 물린 입에서/ 푸득 푸드득 코로 내뱉는 말// 하늘 끝까지 손나팔로 불러볼까/ 말이 보일 때까지// 풀꽃이 종아리를 스치는 들판으로/ 말이 말을 몰아 얼얼한 혀/ 저만큼 지난 부서진 세월이라/ 움켜잡을 손도 없어/ 나는 풀썩 주저앉는다// 들리듯 들리지 않는 말에/ 귀 쫑긋 세운다, 당나귀처럼" (「말을 몰다」 전문)

『분홍의 방향』의 여러 시편에서 시인은 스스로 ‘당나귀’를 자처할 만큼 열렬한 시를 향한 갈증을 고백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밀한 자신의 열정을 포함한 삶의 갖은 페이소스(슬픔, 연민, 기다림, 그리움, 갈등 등)를 세밀하게 응시하고, 나아가 절대 자유를 꿈꾸며 현실 너머의 이상세계를 절실하게 희구하는 시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옛날부터 키워온 돼지가 책장 안에 잠겨 있다/ 그런 돼지의 배를 갈라/ 탁상시계를 장만했으니, 탁상시계는 돼지다/ 꼬리 말린 돼지가 가르치는 시간은/ 늘 6시 30분/ 갈색의 울타리 안에서는/ 립스틱을 덧칠하는 시간이다// 하루에 두 번씩은 꿀꿀거린다 // 밤에는 피란 오뚝이가 되었다가/ 내가 잠에서 깨어있는 날에는/ 가난했던 날의 얼룩이 되어/ 배곯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은 고정된 눈동자에 묶이고/ 말라버린 돼지의 눈물은 젖꼭지를 물고 웃다가/ 잠든 벚나무 슬그머니 깨운다// 둥글게 꽃피는 분홍에 든다”(「분홍의 방향」 전문)

“신선한 상상력과 상징화된 이미지로 개성적인 언어행진이 두드러지면서 새로운 시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이태수 시인)라는 평을 받는 시인의 시는 ‘나’라는 서사적이며 서정적인 자아가 내면화하여 바라본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를 사랑과 관용으로 화해, 승화하여 희망의 정서로 표현함으로써 시의 무한한 회복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그립지 않고, 사무치지 않는/ 우리 만남이 그러해서/ 그렇게 예사롭지 않은 것처럼/ 강을 알아보지 못한 내가/ 강에 묻혀 늙어가요// 이제야 누군가 나를 위해 비워둔/ 몸집 긴 벤치에 앉아/ 물안개처럼 발가락 꼼지락거려요// 손짓도 없이 떠난 그대 용서하는 법을 배워요” (「풍경의 발견」 부분)

‘꽃잎’ ‘노을’ ‘구름’ ‘소나무’ 등 자연과 교감하거나 ‘장판’, ‘보온병’ 같은 일상사물에 스스로 투사하여 절대 자유와 자신의 소망을 기구하거나, 유한한 생명체로서 우리의 운명을 연민하며 ‘무소유’, ‘무아’로 초월해보려는 시편이 있는가 하면, ‘당신’으로 지칭되는 떠나간 그리운 사람에 관한 애틋함과 무상감을 담은 시편, 세상살이의 번뇌, 고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정한을 담은 시편도 있다. 전편의 시에서 보이는 서정적이면서도 절절하게 삶의 페이소스를 넘어서서 사랑을 긍정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잉걸불’처럼 뜨겁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또는 여럿이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얼마나 많았을까// 애처로운 이별의 뒷이야기에는/ 또 얼마나 가시방석 같아/ 무거워지는 영혼을 종이배로 접어/ 흐르는 강물에 띄웠을까//수많은 계절 스쳐 간 의자는/ 속절없이 칠 벗겨져 사위어가도/ 누구라도 와서 앉으라는 자세다” (「강변 의자」 부분)

“둥글게 꽃피는 분홍에 든다”라는 표현대로, 더 나은 삶인, “분홍”을 향해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 시인의 걸음걸이가 아름다운 『분홍의 방향』이다.

저자소개

백숙용 시인

- 《대구문학》 신인상으로 데뷔
- 형상시학회 회원

목차소개

자서

1
말을 몰다 / 숲의 만가 / 구름당부 / 자화상 / 우산, 대를 잇다 / 광안리 / 그게 나다 / 고목 / 추일서정 / 늦꽃 / 소금꽃 / 놀이터 젖다 / 강변 의자 / 풍경의 발견 / 분홍의 방향

2
붕붕 오월 / 호접몽 / 사월의 묵시록 / 비마중 / 초혼 / 철쭉처럼 2 / 겨울꽃 / 봄 성묘 / 굴렁쇠 / 목련나무 촛불 / 귀로, 저녁의 집 / 망개나무 손짓 / 훨훨

3
농토 / 찔레 숲에서 / 기별 / 시곗바늘에 꿰다 / 기우, 어떤 민들레의 / 갈증 / 아이러니의 방향 / 귀가 떨고 있다 / 국화 옆에서 / 낯설어진다 / 연서를 잃다 / 소나무, 사계를 허물다 / 계단의 바닥

4
소꿉장난 / 차를 마시며 / 공중의 길 / 찾아들겠네 / 여백 2 / 그날은 / 봉투 / 둥글어서 끝나지 않는 것들 1 / 둥글어서 끝나지 않는 것들 2 / 부싯돌 / 겨울 엽서 / 상통하다 / 들다, 첫사랑 속으로 / 딱따구리 / 다 지나간다 / 어느 날 당신

해설|개성적인 시를 향한 열망과 지향_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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