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일비곡공원 (東京日比谷公園) 남(南)쪽 뒷문을 나와서 큰길을 하나 넘으면 남좌구간정(南佐久間町)으로 뚫린 길이 있다. 이 길을 조금 가면 오른편 뒷길에 문화(文化) 아파 ─ 트먼트의 큼직하고 샛득한 삼층 건물이 보인다. 이 아파 ─ 트는 아래층이 통 털어 자동차 수선소와 택시 ─ 차고(車庫)로 되어 있는 까닭에 그 앞길을 지나는 사람이면
“오룩 우루룩 땅땅!”
하는 요란스런 자동차 수선하는 소리에 으레이 한번씩은 바라보고 지난다.
학기말시험(學期末試驗)도 무사히 끝난 삼월제삼일(三月第三日) 수(日[일])에 성수(性秀) 와 연주(蓮珠) 연순(蓮順)의 세 사람은 일비곡(日比谷)으로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이 길을 지나가게 되었었다.
“우룩! 우루룩! 딱! 땅!”
요란스런 소리에 무심코 바라본 것이었다.
“아이고 아파 ─ 트”.
연순(蓮順)이가 먼저 멈츳 하였다.
“글쎄. 마루노우찌가 가까우니까 싸라리 맨들을 위해서 지어 놓았구먼.”
성수(性秀)도 잠깐 머물러 섰다.
“여기 같으면 아주 조용하겠네. 들어가 봅시다. 안성맞춤격으로 빈방이 있을지 알 수 있어요?”
연순(蓮順)이는 두 사람의 동의(同意)도 얻지 않고 제 혼자 앞서서 아파─ 트로 들어갔다. 두 사람들도 마지못하여 연순(蓮順)의 뒤를 따랐다.
아파 ─ 트 감독인 듯한 노파는 세 사람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더니 무척 애교 있는 말씨로
“어디 근무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 우리들은 학생입니다. 매우 조용해 보이기로 공부하기에 좋을 듯 해서요.”
“오 ─ 그렇습니까. 참 조용하지요.”
학생이란 말에 노파는 아주 반겨했다.
“이층은 대소 합하여 삼십 개요 삼층은 스물다섯이어요. 그리고 옥상(屋上)은 바람도 쏘이고 할 정원(庭園)이외다.”
설명을 하며 세 사람을 인도하여 고루고루 구경을 시킨 후
“이 방이 지금 비었는데요.”
하고 삼층 남편으로 있는 오(五)호실과 팔호실 두 방을 열어 보였다.
“아이그 전망(展望)도 좋구 공기 통내도 좋구 햇볕도 잘 들구 아주 죄다 좋구먼요. 당장 옮겨 옵시다.”
연순(蓮順)이는 무척 이 아파 ─ 트가 맘에 들어했다.
“글쎄.”
성수(性秀)와 연주(蓮珠)도 맘에는 들어 보이나 연순(蓮順)이처럼 좋아하지는 않았다.
“모두 싫다면 나 혼자 올테야.”
연순(蓮順)이는 벌써 옮겨 올 작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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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소설가(1908~1939). 본명은 무잠(武岑). 1929년 단편 소설 <나의 어머니>로 문단에 데뷔한 여성으로, 현실주의적 작품들을 발표했다. 작품에 <꺼래이>, <적빈(赤貧)>, <호도(糊塗)>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