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야, 어야.』
하는 앞길로 지나가는 상두군 소리를 추석 준비로 놋그릇을 닦고 앉았던 할멈이 멀거니 듣다가 마루에 앉아 바느질하는 주인 아씨더러,
『아씨, 저게 무슨 소리유?』
하고 묻는다.
『상여 나가는 소리야.』
하고 고개도 안 들고 여전히 바늘을 옮기면서 대답한다.
『싸람 죽어 나가는 거유?』
할멈은 경상도 사투리로 사람을 싸람이라고 한다.
『그래.』
할멈은 이빨 하나도 없이 두 볼이 옴쏙 쪼그라진 입을 옴질옴질하며 한참 머뭇머뭇하더니,
『아씨, 나 구경 나가 보아요?』
한다. 아씨는 여전히 바느질을 하면서,
『가보게그려.』
한다. 할멈은 어저께 팔십 오전 주고 새로 사 준 고무경제화를 조심조심해 신더니, 어린애 모양으로 중문으로 뛰어 나간다. 「어야, 어야」하는 상두 군의 구슬픈 소리가 들린다.
할멈의 뛰어나가는 발자취 소리가 안 들리게 된 때에, 아씨는 고개를 돌려 건넌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 서방님더러,
『여보오.』
하고 부른다.
서방님은 책에서 눈도 안 떼고,
『응?』한다.
『할멈이 어린애야.』
하고 아씨는 깔깔 웃더니,
『글쎄, 상여 나가는 구경을 뛰어나가는구려.』
하고는, 또 하하 웃는다. 서방님은 웃지는 않으나, 책을 엎어 놓고 궐련과 성냥과 재떨이를 들고 마루로 나오면서,
『시골 사람이라, 맘이 살아서…….』
하고 성냥을 그어 궐련을 붙인다. 아씨는 그 말은 들은 체도 아니하고,
『글쎄 이것 바. 그저껜가도 상여를 따라가다가, 바로 저 순포막 앞에서 집에 오는 길을 잃었다는구려. 어쩌면 거기서 길을 잃소?』
서방님은 마루 끝에 걸터앉아서 다리를 흔들더니, 아씨의 말에는 대답을 아니하고,
『여보, 저 할멈이 퍽 착하지?』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