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김혜순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1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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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내가 내가 아니게 하고 너도 네가 아니게 하자.
우리 거기서 만나자”
‘오해’라는 외투를 천겹 만겹 껴입은 시인 ‘않아’,
‘한국시의 최전선’ 김혜순 시세계의 가이드가 되어줄 179편의 시산문으로 태어나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시나 산문이 아닌 장르 중간의 글로서 김혜순 시인이 발명한 ‘시산문’이라는 명칭은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 덜 낯선 용어가 된 듯하다. 시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쓴 마이너스 시, 마이너스 산문들. 이 작품들을 연재할 당시 시인은 ‘쪼다’라는 필명을 쓰고 독자에게 자신을 짐작하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그렇게 ‘않아’라는, 도저한 부정정신이 담긴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써내려갔다. 요컨대 김혜순 시인이 이름도 장르도 벗었을 때 어떤 글들이 태어나는가가 이 책에 담긴 것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시를 쓰고 시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기도 한 ‘않아’, 그가 사는 나라의 이름은 ‘애록(AEROK)’이다. ‘KOREA’를 뒤집어 쓴, 불안과 고독과 권태로 그득한 그곳은 “정치가가 트럭 연설대에서 연설을 한다./ 정치가의 머리 위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제 이름을 적어놓느라 우리의 하늘과 벽을 제일 많이 더럽히는 사람들이다./ 제 이름을 외치느라 우리에게 제일 많은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구걸하고서는 곧 우리를 억압한다.”(「비굴의 장르」) 제도와 의례의 부조리와 폭력성으로 팽창해 있고 도처에는 아픈 죽음들이 스며 있다. “이 나라는 부끄러운 나라야./ 부끄러울까봐 부끄러운 짓을 하는 나라야”(「KAL」)라는 구절은 낯설지 않아 더 씁쓸하게 박힌다. 그런 애록에는 이제 “시는 사라지고 넘치는 센티멘털과 포즈가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의 효용, 시의 쓰임, 시의 이용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 되기 프로젝트 가동만 남았다.”(「사라지는 장르」) 않아는 주로 ‘마녀형 여성시인’으로 분류된다. “무녀형 여성시인, 창녀형 여성시인, 소녀형 여성시인” 등등이 있다. “여성을 여성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않아는 생각한다. “여성의 언어가 따로 없으니까. 남성시인들이 쓰는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가 요리조리 회를 떠서 사용해야 하니까. 익힌 것을 날것으로 되돌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 그러기에 여성시인은 늘 새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시를 시 장르의 확산에 바쳐야 한다.”(「마녀형 시인」) 이렇듯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는 오해받는 장르를 쓰는 오해받는 존재로서 않아가 남긴 어록이자 이 세계에 대한 투쟁의 기록이다.
“인간적이고, 정상인이고, 현대인이고, 애록인이라는 층위에서 뛰어내려보려고” 않아가 선택한 ‘쓰기’란, ‘시’란 무엇일까. “각자의 우주에 각자가 있으려고./ 영혼이 되려고”(「언젠가 이 의인화를 버릴 거야」) 하는 일에 정의가 있을 수 있을까. 다 말할 수 없고 불완전하고 비밀스럽기도 한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 않아의 ‘읊조리는 산문, 중얼거리는 시’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김혜순 시인의 문학관과 세계관이 짐작 가는 바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김혜순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여성, 시하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그리핀 시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삼성호암상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명예교수다.

그림: 이피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AIC에서 파인아트 BFA, MFA 과정을 마쳤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뉴욕, 고양, 난지 등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목차소개

애록에서 │ 여성의 신체 │ 생활의 달인 │ 잠언 선생님 │ 솔직한 시여! │ 반려 가방 │ 소리 환자 │ 이불의 얼굴 │ 어머니도 하기 싫어한다 │ 눈물 자국 나이테 │ 유리수의 무한 │ 아직 오지 않은 과거 │ 전 세계의 꽃 │ 텅 빈 방의 노래 │ 맨홀인류 │ 빈 액자 │ 형식에 이르다 │ 빌라도 총독들 │ 악몽 수프 │ 칠리 콘 카르네 │ 연극 연출가의 생활 │ 도망중 │ 르네 마그리트와 샤를 보네 증후군 │ 승리의 내부 │ 애록 소설 공장 │ 죽어서도 썩지 않으려면 │ 시의 이름 │ 귀여운 할아버지 │ 노래의 입술 │ 낡은 장르 │ 소설과 시 │ 피 흘리는 특권 │ 장르 복합 관객 관람 │ 북극 │ 음식에 대한 예의 │ 안간힘 │ 않아의 프랑스 │ 여자들만의 문자 │ 인생의 최대 수치 │ 몸을 표현할 단어는 없다 │ 로저 코먼 │ 희미한 희끄무레한 희한한 │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 응급실 │ 전위 시인 │ 아버지와 아저씨의 어미 │ 똥 │ 모차르트 │ 문서인간 │ 소설을 살다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징후와 세기>에 나오는 대화 │ 안개비 내리는 4월 │ 은유 금지 │ 부활절 │ 방학 │ 글자가 되면 사라진다 │ 대웅전의 탁상시계 │ 애록에 살아요 │ 에베레스트 눈물 │ 시간 지우개 │ 여자 작가와 남자 작가의 전시 │ 사물의 영 │ 정성의 지표 │ 가려움으로 돌아온 시간 │ 희박한 나라 │ 우즈 강가에서 │ 까마득한 │ 수입된 알리바이 │ 태양왕의 의자 │ 동그라미 │ 아직 태어나지 못했다 │ 사마귀의 목소리 │ 죽음의 숙주 │ 이별을 살다 │ 질문들 │ 엄마들 │ 마녀형 시인 │ 점근선 │ 강의와 항의 │ 모음들 │ 그 여자의 부엌 │ 작가 지망생들 앞에서조차 │ 우리는 언제 이 연습을 끝내게 되나요? │ 이 휘황한 가설무대에서 │ 시의 비 │ 사랑하는 두 행성처럼 │ 시 창작 워크숍 │ 불안 우주 무한 가속기 │ 요리 동사 │ 시는 한 그루 나무 │ 지하의 고독 │ 실비아와 브라운 부인의 빵 │ 소설가 지망생 │ 정어리와 청둥오리의 이름 │ 스스로 임명한 만물의 척도 │ 마음에게 │ 피아노와 낙타 │ 혁명가의 새 직업 │ 유명한 사람과 유명하지 않은 사람 │ 사물의 말씀 │ 나만의 기린 기다리기 │ 단 한 번의 흥얼거림으로 흘러간 노래 │ ‘~이면’의 세계 │ 사라지는 장르 │ 비겁한 할머니 │머리 깎은 물고기들 │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 │ 잊을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아버지가 자란다 │ 별 주는 사람과 별 받는 사람 │ 각국의 콩 요리 │ 언젠가 이 의인화를 버릴 거야 │ 선택 │ 전화 │ 포르말린 용액 속의 공주들 │ 회원이십니까? │ DMZ 초록 │ 전쟁 없이 통일이 될까요? │ 포유류 │ 입시 │ 선생님이 밥을 사주신다 │ 처녀성과 모성 │ 북산 │ 로드리게즈와 로드리게즈 │ 리듬을 먹여 살려요 │ 신선 식품처럼 │ 침묵 생성 기계들 │ 송사 │ 모던에도 순교가 필요해 │ 타인의 잠을 지켜드립니다 │ 나나나나 │ 외할아버지의 서점 │ 뉴욕 산책 │ 설인 예티 │ 치유 좀 해드릴게요 │ 명절 │ 무서운 공동체 │ 요동 │ 편두통 │ 수치심 │ 이 세상에서 않아가 맡은 배역 │ 운명의 지휘자 │ 미나리 흔들기 │ 선생과 학생 │ KAL │ 우상 비빔밥 │ 물고기와 가족 이야기 │ 세 여자 │ 대흥사 │ 고독이라는 등뼈 │ 내 이름과 네 이름 │ 시인의 이름 │ 않아의 아내 │ 데스 메탈과 고아 소녀 │ 노인은 왜 아이가 될까? │ 영감이란 무얼까 │ 나에게도 콘솔이 한 대 있다면 │ 내 몸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 않아의 리바이어던 │ 오만한 영어님 │ 포화 속의 레시피 │ 비굴의 장르 │ 센티멘털대왕 치세 │ 권태 │ 대담한 결심 │ 음악의 존재 │ 결혼행진곡 │ 늙은 딸들 │ 미래에의 감염 │ 2월 좀비 │ 않아는 찍히고 싶지 않다 │ 입원실 │ 품사에게도 영토가 있다면 │ 지금 그곳 │ 엄마의 뜨개질 │ 땅냄새 타법 │ 않아의 룸메이트 │ 꿈으로 들어갈 때 신는 신발 │ 단식

마지막 말
개정판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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