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타인이라는 미지로 향하는 온전한 마음
그 여정이 만들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흔적들
김화진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 사람을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그에 따른 정서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 문장들은 정확하고 또 때론 날카로웠다”(구효서, 조경란, 이기호)는 심사평과 함께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우리 앞에 등장한 김화진. “김화진 소설의 코어는 역시나 마음이며 사랑”(소유정 평론가)이라는 평처럼, 등단 이후 일관된 열의로 ‘타인의 마음’이라는 미지에의 탐색을 지속해온 그가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쉼없이 써온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엮었다.
『나주에 대하여』를 읽다보면 당선 소감에서 “좋아하는 것의 곁에 있는 일.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라고 밝힌 그의 말을 새삼 다시 이해하게 된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김화진만큼 그것을 진심으로 해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나주에 대하여』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타인을 궁금해하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래서 타인이 되어보는 마음들이 가득 담겨 있다. 그것은 모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로 시작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서 오는 때로는 못생기고, 자주 혼미하고, 가끔은 정신 나간 마음들, 어떨 때는 애틋하고, 대개는 짠한 마음들을 무엇도 빼놓지 않고 선명히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간다. 어떻게 보면 여덟 번의 짝사랑의 기록이기도 한 이 이야기들은 여러 모양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열렬하게 좋아함으로써만 발견할 수 있는 내가 몰랐던 나의 모양들. 그러니 ‘나주에 대하여’는 어쩌면 ‘나에 대하여’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마음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문학을 ‘좋아하는 일’을 해온 그는 이제 ‘좋아하는 마음’을 들려주기 위해 우리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