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방의 귀동딸

차상찬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3년 02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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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비단결 같은 금강(錦江)이 구비구비 감돌아 흐르고 수려한 봉황산(鳳凰山)이 병풍 같이 둘러싼 충청남도(忠淸南道)의 명도(名都) 공주(公州)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삼백 수십년 전 선조(宣祖) 말년 경에 일개 여장부가 고고(呱呱)의 소리를 치고 탄생하였으니 그는 그곳 부호(富豪)로 유명한 이방(吏房) 정모(鄭某)의 귀동딸(貴童女)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질이 비범(非凡)하고 문필(文筆)이 능란하고 지감(知鑑)이 있었는데 검하여 인물(人物)이 또한 어여쁘게 잘 생기어 부모(父母)가 특별(特別)히 애지중지(愛之重之)할 뿐만 아니라 그 동리(洞里) 사람들까지 모두가 그를 칭찬하여 방년이 이팔에 이르니 마치 꽃향기를 맡은 벌떼들 모양으로 이곳 저곳에서 청혼이 빗발치듯이 들어왔었다.
그 청혼(請婚)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네와 지벌이 같고 돈이 많은 아전의 아들도 있고, 가풍(家風)이 좋고 인물이 미려(美麗)한 촌 양반의 아들들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군수(郡守)의 아들이 양첩 혹은 후취로 장가들겠다는 청까지 있었다.
부모는 속으로 기뻐하면서 어떠한 곳이든지 그중에서 제일 좋은 곳을 선택하여 시집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 딸은 무슨 까닭인지 청혼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족족 모두 깨끗이 거절해 버리는 것이었다.
어떠한 양반이고 부자이고 미남자이고 간에 전부를 거절하고 자기 부모에게 말하기를
『저는 언제든지 제 눈으로 보아서 저의 마음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비록 청춘홍안(靑春紅顔)이 반백발이 될지라도 결코 시집을 가지 않을 결심이옵니다.』
하고 우겨대니 부모들도 어찌하지 못하고 다만 딸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어느해 가을철이었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시인. 수필가, 언론인.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정리방(鄭吏房)의 귀동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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