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인물 이근

차상찬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3년 03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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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기괴한 사람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혹은 모양이 기괴한 사람도 있고, 행동이 기괴한 사람도 있고, 또 혹은 성벽이 기괴한 사람, 재주가 기괴한 사람도 있다.
그 여러가지 기괴한 일 중에 한가지만 있어도 기괴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그 여러가지 기괴한 일을 겸유하였다면 그 누가 절세 무비의 큰 기괴한 사람이라고 아니하랴.
이러한 기괴한 사람이 혹 외국(外國)에도 더러 있을는지 알수 없지마는 우리나라에도 역대에 꼭 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선조시대(宣祖時代)에 유명하던 이근(李謹)이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상당한 문벌가에 태어났으나 생김 생김이 아주 기괴망측하게 생겼는데 전신에 털이 담뿍 나서 얼른 보면 돼지(豚[돈]) 같으므로 처음 낳을 때는 부모들이 크게 괴악하게 생각하고 걷어 기르지를 않고 뒷동산 과목나무 밑에다 내다 버렸더니 까마귀와 까치의 무리들이 뫃여들어 쪼아먹으려고 하여 때때로 악착한 소리를 치며 우니, 부모도 다시 측은한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이 거두어 기르게 되었다.
그는 성장한 후에도 키가 석자에 차지 못하여 일개 난쟁이었으나 머리털은 유난히 길어서 땅에까지 닿게 되고 수족(手足)에도 짐승과 같이 털이 많이 났으며, 또한 걸음걸이조차 이상야릇하게 걸으니 난쟁이 중에서도 천하 기괴한 난쟁이었다.
그는 형용이 그렇게 기괴하게 생기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도 기괴한 병신으로 자처하고 남과 상대하기를 부끄러워하여 항상 방속에만 숨어 있었다.
그러나 천재는 비상하여 무슨 글이나 한번만 보면 일람첩기로 모두 기억하여 사기(史記)와 경전(經傳)을 무불통지 하고 문장이 능란한 동시에 글씨가 또한 명필이요, 시(詩)와 노래와 휘파람을 모두 절창으로 잘 부르니 그의 족척(族戚)되는 장계 황정욱 선생(長溪黃廷彧先生)이 한번 보고 크게 기이하게 생각하여 운자(韻字)를 부르고 시(詩)를 지으라 하였더니 그는 응구첩대로 시(詩)를 짓되 또한 걸작으로 잘 지으매 황선생이 더욱 칭찬하되 천하 기재라 하고 그의 부모에게 권고하여 장가까지 들이게 하였다.
용사란(龍蛇亂) 때 일이다.
그는 난(亂)을 피하여 자기집 선산(先山)이 있는 광주(廣州) 땅으로 임시 우거하였더니 별안간 적군이 몰려들어와서 동리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가게 됨에 그 또한 함께 잡혀가게 되었다.
적군들은 처음 그를 보고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지를 못하여 크게 기괴하게 여기어 혹은 먹을 것도 던져주고 혹은 채찍같은 것으로 때리기도 하여 그의 행동을 시험하려 하였으나 그는 원래 성질이 강경하기 때문에 조금도 두려워하는 생각이 없으니 적군들은 더욱 이상히 생각하였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시인. 수필가, 언론인.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괴기인물 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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