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길고 긴 프로젝트를 짊어지고 가다가 이제서야 승인이 난듯한 후련함이 든다. 그 시간 동안 나 다시는 시 안 쓴다, 나 다시는 살지 않는다, 나 이번엔 정말 죽는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지만 그때는 진심이었던 지나간 말들을 쏟아낸 기억을 짚어 본다.
누구보다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쓰고 싶은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시가 될 수 있나 고민하는 시간이 내가 살면서 할 수 있는 고민 중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건방진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시집의 제목은 지금은 사라진 동인천 어느 포장마차에서 찢어지게 더운 날 살얼음 낀 소주를 마시다가 결정했다. 더 잃을 게 없다고 단언했는데 살다 보니 자꾸만 무언가를 잃고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다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면서도 자꾸 되뇌게 된다.”
- 저자의 말 중에서